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을 접하면서 모윤숙의 시는 문득 국가와 군인은 무엇인가를 다시 되새겨 보게 한다. 천안함의 실종 승조원 46명 가운데 남기훈 상사에 이어 김태석 상사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남 상사는 결혼 기념으로 아내에게 십자수를 선물했던 자상한 남편이자 세 아들의 아버지였다. 두 형도 해군에서 장교와 일반병으로 복무한 해군 가족인 김 상사는 이번 작전을 마치고 오면 세 딸과 함께 맛있는 것 사먹자는 소박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실낱같은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았으면 하는 절박함으로 변하고 있다. 그나마 시신을 찾은 가족들을 부러워하는 슬픈 현실이다. 나머지 실종자 44명은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군인 경찰 소방관들에 대한 현실과 사회적 대우를 다룬 본보의 ‘MIU(Men In Uniform)-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시리즈는 국격(國格)의 수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우리를 알아달라고 외국을 향해 외치는 국격 홍보도 필요하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제복의 사나이들’이 죽어서도 자긍심을 느끼고 국민이 존경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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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군 당국의 잘못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사지에서 돌아온 생존 군인에 대한 배려는커녕 깎아내리기에 혈안인 일부 정치인과 냉소하는 세태는 개탄스럽다. 제2차 연평해전 때 왼손 관통상을 입고 받은 화랑무공훈장을 장롱에 처박아 뒀다는 권기형 씨가 “한주호 준위도 그렇게 잊혀질 것”이라고 걱정한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6·25전쟁 60주년인 올해 모윤숙의 국군은 오늘의 조국을 위해 장하게 싸우다 죽었노라고 우리에게 조용히 외친다. 바다 밑 천안함의 국군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할까. 어서 따뜻한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우리의 죽음도 명예롭게 기억되고 싶다는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이인철 사회부장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