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신안군 증도 ‘도전! 무공해 섬’끄고 가로등 등 인공불빛 최소화끊고 ‘금연’선포… 판매인 지정서 반납참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당나귀 마차
슬로시티 신안군 증도 ‘도전! 무공해 섬’ 전남 신안군 증도는 불편하지만 편안함과 여유로움 때문에 가보고 싶은 섬이다. 지난달 30일 증도대교가 임시 개통되자 주민들이 ‘금연의 섬’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마을 입구에 걸고 다리 준공을 축하하는 흥겨운 농악놀이를 하고 있다. 증도=박영철 기자
지난달 30일 밤 전남 신안군 증도 염산마을. 면사무소에서 차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10분 정도 가야 나오는 외딴 곳이다. 섬마을이지만 야트막한 야산이 포근하게 감싸 마치 산골처럼 느껴졌다. 마을은 무슨 일인지 가로등이 모두 꺼져 있고 스물 남짓한 집에서도 불빛 하나 새나오지 않았다. 마중 나온 최권갑 이장(60)은 “여름에 야간 생태 관광객이 깜깜한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여유로움을 느끼도록 마을 전체가 가끔 ‘등화관제 훈련’을 한다”고 웃었다.
‘천사(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에서 증도는 11번째로 큰 섬이다.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느림과 여유’를 추구하는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증도는 요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합성세제와 담배 연기를 없애고, 인공의 빛과 자동차를 제한하는 ‘무공해 섬’으로 변신하는 실험이다.
○ 새로운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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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에서 합성세제는 지난해 7월부터 퇴출됐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례를 만들고 친환경 세제를 보급한 결과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아토피나 주부습진이 줄어들고 도랑에 우렁이, 붕어, 가물치가 돌아와 주민들조차 놀라고 있다. 김숙경 씨(51·여)는 “가루세제를 쓸 때는 피부 당김이 심해 엄청 고생했다”며 “반응이 좋아 올해는 주민들이 천연세제 원료를 구입해 직접 만들어 쓰기로 했다”고 자랑했다.
○ 더 느리게, 더 깜깜하게…
증도 주민들은 불편하지만 더 느린 삶을 살리기로 했다. 생태관광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차를 일정 시간대만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주민 차량은 635대. 운행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제한하는 대신 천연가스 버스와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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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의 도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불빛 없는 ‘깜깜한 섬’을 만들어 도시민에게 추억과 낭만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국제다크스카이(Dark-Sky)협회’에 가입했다. 인공 불빛을 없애기 위해 이달 중 도로변에 설치된 384개의 가로등에 빛 가림용 갓을 씌워 불빛이 밑으로만 비치게 할 예정이다. 또 달빛이 밝은 보름에는 10분 동안 가로등과 가정 내 불끄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증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