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잠수사가 말하는 ‘구조 악조건’막상 입수하니 두려움 엄습쇼크 나아지면 다시 도울 것
천안함 침몰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홍웅 씨. 평택=변영욱 기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몸을 움직인 지 얼마 안 돼 한층 차가워진 물이 덮쳐왔다. 또 다른 수온 구간. 갑자기 얼얼하고 지끈한 느낌이 머리를 급습했다.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홍 씨는 잠시 기절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SSU 대원이 홍 씨와 자신의 손을 연결한 줄을 당겨 홍 씨를 깨우고 있었다. ‘더는 안 되겠다.’ 저 아래 천안함에 갇혀있을 김경수 중사(35), 임재엽 하사(26)의 얼굴이 아른거렸지만 엄지손가락을 들고 수면 방향을 가리켰다.
31일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만난 홍 씨는 “아침부터 코피를 쏟았다”고 말했다. 잠수병 후유증이었다. 홍 씨는 천안함 침몰사고 후 해군에 민간구조지원대 조직을 건의하고 첫 자원자로 나선 민간잠수경력자. 이번에 실종된 천안함 승조원들은 모두 홍 씨의 선후배들이다.
지난달 28일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 백령도 작전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SSU에서 미확인 물체를 발견했으니 입수해서 확인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흔쾌히 수락하고 고속단정에 올랐다. 홍 씨는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신 가족 분들에게 상황이 어떻다는 걸 몸소 체험해 보여드리겠다”며 물에 들어갔다.
“혹시 뒤통수를 세게 맞아본 적이 있나요? 입수했을 때 꼭 그런 느낌이었어요. 신경계가 둔해지고 앞이 안 보이고 호흡이 빨라지고….” 쇼크였다. 28일 오후 7시경 수중 작업에 투입된 홍 씨는 10분 만에 구조돼 광양함에서 치료를 받았다.
30일 천안함 함수 수색작업 도중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요원 한주호 준위(53)의 순직 소식을 전해 들은 홍 씨는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빈소에 조문을 가고 싶어도 준위님 영정 앞에 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혼신을 다하신 한 준위님이 존경스럽다”고도 덧붙였다.
홍 씨는 몸이 나아지면 다시 수색작업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바다에 들어간 뒤 잠수병 환자가 많이 나오겠다 예상했지만 사망자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최악의 환경에서 애를 쓰고 있는 만큼 구조대의 간절한 소망이 하늘에 닿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동영상 = 해경청, 초계함 침몰 직후 추가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