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박경수 중사 어머니 애끊는 기도
“총탄이 날아드는 연평해전에서 살아 돌아온 아들인데…. 이번에도 꼭 돌아올 겁니다.”
26일 밤 침몰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중에는 낯익은 이름이 하나 끼어 있다. 2002년 6월 벌어진 제2차 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에 탑승해 총탄에 맞고도 끝까지 기관총을 지키며 싸웠던 박경수 중사(30)가 그 주인공이다. 8년 전 전투에서는 부상을 당하고 생환했던 그의 이름이 이번에는 실종자 명단에 올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박 중사는 제2차 연평해전의 충격과 사망한 전우들 때문에 겪었던 ‘항해 공포증’을 딛고 다시 근무에 나섰다 실종돼 가족이 애를 태우고 있다.
27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천안함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만난 박 중사의 어머니 이기옥 씨(58)는 “아들이 사고가 벌어진 날 오후 8시 45분까지 며느리와 통화하다 추워서 선실로 들어간다며 전화를 끊었다. 조금만 더 통화했더라면 (갑판 위에 있어)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며 오열했다. 천안함은 오후 9시 반 폭발했다.
“연평해전 후 악몽 시달려… 배 타기 꺼려”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 당시 고속정참수리호에 탑승했던 박경수 중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교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어머니 이 씨는 아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을 보고 “배를 타지 않는 게 어떠냐”고도 말했지만 그때마다 박 중사는 “그래도 배를 타야 한다”고 답했다. ‘완승’으로 여겨지는 1차 연평해전과 달리 2차 연평해전에서는 아군도 6명이 사망했다. 생환한 박 중사는 다시 군 생활을 하면서 ‘살아남은 자’로서의 괴로움을 겪었다고 한다.
어머니 이 씨는 “아들이 ‘또 살아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나타나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생환한 천안함 최원일 함장이 실종자 가족들 앞에 나타나 격앙된 분위기가 되었을 때도 박 중사 가족은 “(살아서 돌아온) 함장을 차마 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평택=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