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열전/이수광 지음/375쪽·1만3900원·진명출판사
고려 말 행상으로 시작해 조선 창업의 돈줄이 된 ‘부보상의 아버지’ 백달원부터 500만 원짜리 인터넷 의류쇼핑몰을 1년 만에 연매출 100억 원대 기업으로 바꾼 김소희 씨까지 20명의 성공 스토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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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이란 말은 중국 고대 주나라에 의해 멸망당한 뒤 중국 전역을 떠돌게 된 상나라 사람에 장사꾼을 비견하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실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자크 아탈리가 말한 ‘호모 노마드’의 속성을 공유한다.
한곳에 뿌리 내리기에 너무 가진 게 없었다. 그래도 주어진 삶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찾아 나섰다. 모험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위기를 기회로 바라봤다. 재물보다 사람을 귀히 여겼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훗날의 인연을 중시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말한 영웅의 조건들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빠진 게 있다. 돈으로 인한 영욕에 대한 웅숭깊은 성찰이다. 해당 인물의 공(功)에만 초점을 맞춰 과(過)는 제대로 짚지 못했다. 성공한 상인의 비결보다 훌륭한 상인의 조건에 좀 더 천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