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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살아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전쟁 外

입력 | 2010-03-27 03:00:00

리먼사태 터졌을때 ‘버냉키 사단’ 대응은…




살아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전쟁
데이비드 웨슬 지음·이경식 옮김/ 496쪽
·2만5000원·랜덤하우스

한국은행 총재 인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임명된 데 대한 이런저런 인사평들이다. 전임 총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었다. 다음 달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하는 김 신임총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첫 한은 총재가 된다. 김 신임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첫 경제수석비서관이었다가 재작년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단행된 청와대 비서관 인사 때 교체되었다. 논란의 핵심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출신 한은 총재가 한은 독립에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은행의 역할은 무엇이며, 또 한은 독립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연결된다.

‘한은의 독립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김 신임 총재의 말이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리 인상 같은 출구전략의 시행 문제를 놓고 전임 총재와 정부 간에 이견이 있었던 터였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란 예측을 낳고 있어서다. 전임 총재는 금리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가 있었으나 실제로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게 됐다. 한은의 역할과 위상을 놓고도 정부와 한은 간에 갈등이 있었지만 시원스레 해결하지 못하고 미봉된 상태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독립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은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한 벤 버냉키 FRB 의장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잘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를 직접 취재한 경험을 살렸다. 2008년 9월 2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가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문을 닫게 된 사건을 비롯해 지난 3년 동안 미국에서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와 미국 정부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이다.

미국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정책 결정권을 가진 곳은 백악관이 아니라 FRB와 버냉키 의장이었다. 저자는 버냉키 의장과 그의 동료들이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 위한 모든 판단과 결정의 열쇠를 쥔 사람들이었다고 증언한다. 대공황을 전공한 버냉키 의장이 2006년 FRB 의장에 임명되어 지난 3년간 분투한 순간들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앙은행이라는 제도에 대한 저자의 시각도 읽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 책은 출구전략을 포함해 세계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안목을 선사할 것이다. 그 밖에 미국 중앙은행의 역사와 힘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기대 밖의 소득이다. parkyk@donga.com
▼고객 욕구에 공감 못하면 회사 망한다▼
와이어드/데브 팻나이크 지음·주철범 옮김/320쪽·1만3800원·이상


‘문제는 혁신이 아니라 공감’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책이다. 기업의 성장전략을 컨설팅하는 저자는 현대의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창의성과 실행력을 강조하면서 고객의 욕구에 공감하는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토마토소스를 제조하는 기업이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집에서 한 번도 스파게티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경영대학원(MBA) 출신들을 임원으로 영입하고, 항공사에서 임원들이 더는 이코노미석을 타지 않게 되면서 공감 능력은 떨어진다. 회사 직원들의 삶이 고객들의 삶과 달라지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했던 공통점이 없어지면 최악의 경우 삼류기업으로 몰락하거나 파산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몰락한 이유도 직원들이 할인가로 사들인, 기름 많이 먹는 미국 차만 애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랜드 시스코 등 다양한 기업 사례로 공감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미디어 지배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
디지털시대의 신인류 호모 나랜스/한혜원 지음/198쪽·1만2000원·살림


디지털시대 들어 대중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예전보다 많은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인 저자는 “이런 점에서 볼 때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 본능을 가진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즉 ‘이야기하는 인간’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새로운 미디어와 신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미디어를 지배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는 ‘디지털시대의 이야기론’이다.

디지털시대의 특징은 하나의 이야기가 무한한 변주를 일으킨다는 것. 게다가 우리는 단순히 독자나 청자가 아니라 직접 이야기를 창조하고 변주하고 즐기는 적극적인 향유자가 된다.

저자는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드라마에 대해 떠들고,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제작자에게 요구하는 ‘능동적인 호모 나랜스’들에게 주목한다. 그는 “스토리텔링은 다수가 참여할 때 비례적으로 강해진다”면서 “이 공식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가장 견고한 스토리텔링의 보고는 바로 신화다”라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