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적 콘서트 ‘소란-음악과 빛의 소란’
99년이 지나 2010년, 서울에서 실내악과 조명이 어우러지는 공감각 콘서트가 열린다. 26∼28일 서울 동숭동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리는 ‘소란-음악과 빛의 소란(Fouillis de Musique et Lumi`ere)’ 콘서트다. 1부에서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김영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씨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연주하고, 2부에서는 양성원 씨가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작품 8을 솔로 연주한다.
양 씨가 월간 객석 주최 제1회 객석예술인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해 열리는 이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설치미술가 배정완 씨가 조명을 맡아 음악과 빛이 어우러지는 ‘공감각적 소란’을 빚어낸다는 점. 물론 이번 공연은 스크랴빈의 ‘불의 시’와는 다르다. 스크랴빈이 창작 단계부터 한 음=한가지 색을 등가(等價)로 놓고 창작을 진행한 반면 이번 공연은 기존의 작품에 조명을 입힌다. 무대 위에서 나선형 조형물을 설치하고 무대 뒤 벽면에 페인팅작업을 한 뒤 프로젝터로 빛을 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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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연주되는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는 헝가리인이었던 작곡가가 동유럽 들판 특유의 서정을 집시들의 선율과 함께 엮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메시앙의 작품에서보다 한 발 물러나 첼리스트의 연주에 색감을 맞추어 나갈 것”이라고 배 씨는 설명했다.
“제목은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일곱 번째 곡에서 따와 ‘소란’이라고 지었지만 공연 자체는 제목처럼 소란하지 않을 겁니다. 시각이란 워낙 강렬한 감각이기 때문에, 섣불리 소리를 압도하지 않도록 할 것이니까요. 오히려 ‘정적’에 가까울 수도 있죠. 하지만 이 공연이 청중의 뇌리에는 ‘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연은 26, 27일 오후 8시, 28일 오후 3시에 열린다. 3만∼5만원. 1544-1555, 02-3672-3001 www.gaeksuk.com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