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조손가정 할머니 - 할아버지 3110명 설문
전남 고흥군 포두면 50여 m²(약 16평) 크기의 낡은 한옥. 방 두 개, 부엌 하나인 좁은 집에서 김기만 할아버지(가명·76)와 손자손녀 3명이 생활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13년 전부터 혼자 손자손녀를 키우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6년 전 심혈관 질환으로 수술까지 받아 거동이 불편하다. 농사를 지을 땅이 없어 한 달에 60만 원 정도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으로만 생활하고 있다.
손자손녀를 키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10명 중 3명은 손자손녀 양육 문제를 주변에 털어놓거나 조언을 받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명 중 7명은 손자손녀를 맡은 이후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자손녀 문제로 속상할 때 대응 방법을 묻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의 35.6%(1100명)는 ‘혼자 울거나 참는다’고 답했다. 반면 ‘손자손녀와 대화를 해서 문제를 푼다’는 응답은 23.0%(710명)에 그쳤다. 정백화 전남도 가족문화담당은 “조부모들은 힘든 형편이나 집안 문제를 혼자서 끙끙 앓고 외부에 말하기를 꺼려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자손녀 양육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조부모도 많았다. 손자손녀 양육 이후 생활 변화를 묻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의 71.5%인 2205명은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또 97.2%(3019명)는 ‘양육비가 부담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혜정 목포대 아동학과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며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