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배우 감정까지 듣는 연극계의 맏딸
오랜 단역 거치며 연기 - 발성 - 무용 ‘발효’
“연기의 출발은 관계… 상대대사 경청해야”
23일 막을 내린 ‘엄마를 부탁해’의 정든 무대에서 만난 서이숙 씨는 대극장 무대를 휘어잡는 선 굵은 연기를 벗어나 소극장 무대에서의 섬세한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신경숙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화한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그런 매력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무대였다. 원작의 명성에 힘입어 두 달간 유료관객 82%의 흥행몰이에 성공한 이 연극에서 맏딸 역을 맡은 그는 엄마 역의 정혜선 씨와 함께 극을 끌고 가며 관객의 눈물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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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이숙 씨가 ‘3월의 연극여왕’으로 선정됐다. 연극평론가 구히서 씨는 “발음이나 감성, 인물을 보는 태도가 모두 정직하고 성실한 배우”라고 추천했다. 김석만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은 “극중 배역을 자기에 맞춰 기교를 부리거나 드러내지 않고 자기 속에 오래 간직했다가 꺼내놓는 배우”라고 평했다. 극작가 장성희 씨는 “이지적이고 기품 있는 대극장 연기에서 벗어나 소극장 무대에 어울리는 섬세한 연기 변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배드민턴 선수였던 그는 배드민턴 강사를 하다가 처음 본 연극에 반해 지방 극단 배우로 출발해 1989년 극단 ‘미추’에 입단했다. 하지만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로선 여배우치고는 너무 큰 키에다 시골 출신의 촌티를 못 벗은 탓”에 단역이나 조연을 벗어나지 못했다. 입단 후 미추의 마당놀이 작품에 계속 출연했지만 ‘춘향전’의 월매나 향단 역이 가장 비중 있는 배역이었다.
2003년 ‘허삼관매혈기’는 그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된다. 허삼관의 부인 허옥란 역으로 입단 14년 만에 처음 주연을 맡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치며 미추에서 익힌 연기와 화술, 판소리, 한국무용, 현대무용이 발효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대기만성의 출발점이었을 뿐이다.
“제가 발성에 대해 진짜 눈을 뜬 것은 2008년 말 ‘고곤의 선물’에 출연하면서부터였어요. 공연 전 스트레칭을 하면서 막혀 있는 몸통을 열고 그 통을 울려서 연기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어요. 비로소 ‘온몸으로 연기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달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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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기의 출발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제가 화법이 좋다면 그것은 상대 배우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중에서 키워드를 뽑아서 응대하기 때문이에요. 자기 대사에만 취해서 상대 배우의 대사를 놓치면 그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죠.”
연극판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물었다. “20대엔 뭣도 모르고 했고, 30대엔 좋아서 했고, 40대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답이었다. 40대 여배우에게 돌아올 수 있는 배역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배역에 더 애착을 느낀다는 설명이었다.
아직 미혼인 그의 홀어머니는 경기 연천에 사신다. 이번 작품에 대한 어머니의 소감이 궁금했다. “차멀미가 심하셔서 연극 보러 서울 나들이를 못한다”는 답을 들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하나뿐인 아들도 중학생 때 사고로 잃은 뒤 어머니는 절대 슬픈 이야기는 보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배우 서이숙에게나 인간 서이숙에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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