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 한편으로 우려되는 바가 있었다. 정부의 결정이 G20 정상회의 유치에 실패한 지역 달래기 차원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지자체도 단순히 의제를 결정하면서 장소를 제공할 뿐이라고 생각하거나 국제적 이벤트 하나를 사고 없이 치러내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로 대처하는 것은 아닐까. 실무회의 자체가 의제를 조율하고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데 목적이 있음은 사실이지만 거대담론만을 다루고 끝내면 지역 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년에 G20 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우리처럼 실무급 회의를 지역에 분산 개최했던 영국이 좋은 모범이 된다. 재무장관회의를 유치한 호셤이란 도시는 영국 남동부의 개트윅 공항에 인접한 지역이다.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해 경제가 낙후됐었다. 호셤 시는 G20 실무급회담을 지역 경제발전의 호기로 삼고자 유관단체와 기업대표가 대거 참여하는 ‘호셤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자체뿐 아니라 언론사와 지역대학도 기업가상 후원에 나섰다. 영국중소기업협회는 때맞추어서 호셤을 대표적인 기업친화적 도시로 지정하여 시의 홍보 노력을 적극 도왔다. 그 결과 호셤은 G20 실무회의를 계기로 낙후된 지역이 아닌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었고 신규 투자유치의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지역의 세계화 시대인 지금은 많은 지역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발 벗고 나선다. G20 실무급 회의는 이처럼 투자 유치 경쟁이 극심한 가운데 찾아온 절호의 기회다. 몇 년을 계획하고 준비해도 실현하기 어려운 투자설명회를, 그것도 여러 국가를 방문하지 않고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투자설명회나 마찬가지다.
이번 실무회의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성을 갖추는 기회로 엮어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부산의 경우 그동안 세계도시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동북아 허브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특화산업으로 금융 부문을 강화했다. 이런 점에서 세계 금융경제 전문가의 방문은 더욱더 반가운 일이므로 그동안 계획하고 준비했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황기식 동아대 동북아국제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