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DBR]경험의 덫

입력 | 2010-03-20 03:00:00

전투 60번 치러도 노새는 노새일 뿐… 천리마가 될 순 없다




1757년 로이텐 전투에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는 통념을 깬 전술로 오스트리아의 대군을 물리쳤다. 그는 특정 전략이나 전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근본적인 원리나 배경을 이해했기 때문에 유연하게 부대를 운용했다. DBR 자료 사진

1757년 영국에서 여러 술집들이 간판을 고쳐 달았다. 새로운 가게 이름은 ‘킹 오브 프로이센’. 그 술집에는 새롭게 등장한 전쟁 영웅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찼다. 프로이센의 왕이 바로 프리드리히 2세이다. 그는 독일을 유럽의 강국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프리드리히는 1757년 11월 로스바흐 전투에서 3만 명의 군사로 5만 명의 프랑스군을 궤멸시켰다. 승리의 기쁨도 잠깐,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상대하는 틈을 노려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의 슐레지엔 지방을 침공했다. 프리드리히는 서둘러 슐레지엔으로 회군했다.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의 회군을 예측하고 프로이센군을 요격하기 유리한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그 장소가 로이텐이었다. 일반적으로 공격하려면 수비군보다 5배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상대가 유리한 지형을 장악하고, 충분히 진지를 구축하고 있으면 필요 인원은 10배로 늘어난다. 그런데 겨우 3만 명의 프로이센군은 유리한 지역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8만 명의 오스트리아군을 공격해야 했다.

프로이센군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공격 지점 한 곳을 정한 뒤 희생을 각오하고 병력을 집중 투입해서 승부를 거는 것이었다. 오스트리아군은 지형을 완벽하게 선점하려다 보니 진이 길어져 8km나 되었다. 즉 대형이 너무 얇아졌다. 오스트리아군이 프로이센을 궤멸시키려면 공격 예상 지점에 병력을 집중시켜야만 했다. 오스트리아군은 프로이센의 공격 지점이 우익이라고 예측하고 예비대를 그쪽으로 옮겼다. 프로이센 기병이 우익의 오스트리아군 눈앞에 나타나 일부러 법석을 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속임수였다. 프로이센은 전 병력을 좌익으로 몰아갔다. 프로이센군의 전략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오스트리아군의 눈앞에서 프로이센의 횡대 부대가 카드섹션을 하듯이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종대를 형성해서 오스트리아군의 왼쪽 끝 지점으로 몰려갔다. 오스트리아군이 미처 진지 배치를 재편하기 전에 왼쪽 끝에서부터 프로이센군이 공격을 시작했다. 긴 직사각형의 형태를 띤 오스트리아군은 가로 길이로 보면 프로이센군의 세 배에 가까웠지만, 세로 길이는 얇아서 병력의 우위는 의미가 없었다. 오스트리아군은 대패하고 2만여 명이 전사했다. 프로이센의 사상자는 겨우 6400명이었다.

프로이센군의 비밀 병기는 횡대에서 종대로의 전환이었다. 우향우나 좌향좌를 해서 횡대에서 종대로 전환한 것이 아니고 여러 횡대로 구성된 대형이 행진하면서 분해-결합하는 방식이다. 제식 훈련 중에서도 제일 고난도 기술로 꼽힌다. 프로이센군은 평소에 이 훈련을 엄청나게 해두었기 때문에 로이텐에서 오스트리아군을 속이고 측면을 때릴 수 있었다.

훗날 한 대위가 프리드리히 2세에게 “폐하처럼 훌륭한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왕은 전쟁사를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했다. 대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은 이론보다는 실전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부대에 전투를 60회나 치른 노새가 두 마리 있다. 그러나 걔들은 아직도 노새다.” 그는 전쟁사를 읽으면서 전술의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원칙과 전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변화에 대응하고 창조적 대책을 창출하는 능력이 생겨난다고 믿었다.

전쟁사든 경영사든 어떤 전술이나 방법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리와 배경을 생각하지 않고 ‘이 전술은 좋고, 이 전술은 나쁘다’, ‘누구는 이 방식으로 성공했다’라는 식의 외형만을 배운다면 또다시 노새가 되는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임용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3호(2010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이윤 창출의 새로운 원천, CSR
기업의 사회책임활동(CSR)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기업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이 CSR를 통해 이윤을 늘리고, 사회적 부가가치도 더 많이 창출할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이 바로 해당 기업의 핵심 전략에 부합하며, 이윤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CSR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네슬레, 홀푸드 등은 전략적 CSR를 통해 자사의 가치 사슬과 이윤 창출에 기여하면서 사회에도 봉사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Mckinsey Quarterly/장수하는 ‘가족 경영’ 기업의 다섯 가지 원칙
수많은 가족 경영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가족 경영의 성공 요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가족 경영에 성공하려면 첫째, 오너 일가 구성원들이 사업에 어떻게 참여할지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오너 일가가 핵심 사업 부문만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강력한 지배 구조 및 역동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오너 일가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 및 관리하고 가문의 가치를 후손들에게 지속적으로 물려줄 수 있는 자선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가족 경영의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Deloitte Review/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
많은 행동경제학자가 지적하듯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예측을 하고 항상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이성적 존재가 아니다. 평범한 인간뿐 아니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선입견, 직관 등에 의존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이 단점을 보완하려면 통계학적 분석 예측 모형을 구축해 이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물론 예측 모형을 만들고 운용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며 상당한 시간과 돈,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모델을 만들어 운용하면 투자비 이상의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경영 고전 읽기/기업 목적은 ‘이익 극대화’ 아닌 ‘고객 만족’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1954년에 출간한 저서 ‘경영의 실제’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고객 만족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익은 의사결정의 ‘목적’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판정하는 ‘기준’일 뿐이며,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우리 고객은 무엇 때문에 우리 제품을 구입하는가’란 질문에 제대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캐딜락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라 다이아몬드나 밍크코트처럼 사회적 지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제품이다.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대공황 이후에도 캐딜락은 성공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