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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 참치 사랑은 못말려

입력 | 2010-03-20 03:00:00

도쿄 쓰키지 시장 참치 경매장
새벽 3시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18일 새벽 일본 도쿄 쓰키지 시장. 경매를 앞두고 상인들이 어획국과 번호가 적힌 뚱뚱한 참치들을 살펴보고 있다. 도쿄=김범석 기자


전 세계 참치 소비량의 3분의 1을 먹어 치우는 ‘참치 대국’ 일본. 일본 내 참치 소비가 시작되는 지점인 도쿄 쓰키지(築地) 시장은 오전 3시부터 살아 움직인다.

18일 오전 5시 쓰키지 시장의 한쪽에 자리 잡은 참치 경매장에선 수십 명의 사람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잡혀 온 참치 수백 마리는 꼬리가 잘린 채 바닥에 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참치 몸통에는 빨간색으로 번호가 적혀 있었고 아랫부분에는 참치를 잡은 나라 이름도 있었다. 베트남 호주 등과 함께 ‘한국’이라고 적힌 참치도 여럿 눈에 띄었다.

대서양과 지중해산 참다랑어의 국제거래 금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일본은 18일 국제회의에서 안건이 부결되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참다랑어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의 맹목적인 환경주의가 일본의 식문화를 위협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랑어는 사시미의 왕자’ ‘다랑어가 없으면 어물전도 없다’는 말은 참치의 일종인 다랑어에 대한 일본인의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수산청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일본의 다랑어 소비량은 41만 t이다. 일본인 1인당 연간 3.5kg의 다랑어를 먹는 셈이다. 특히 소비량의 10%를 차지하는 참다랑어는 kg당 2000엔이 넘는 고가(高價)여서 대부분의 서민은 설날처럼 특별한 날에만 먹는다.

일본 수산 전문가들은 일본인들이 횟감 가운데서도 다랑어류를 제일로 치는 이유를 “맛도 좋고 보기도 좋으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랑어는 수심이 깊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치기 때문에 근육이 발달했고 살이 차지다. 또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흰 살 횟감과 같이 차려놓으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색의 조합(홍백)이 이뤄진다. 게다가 다랑어는 대충 썰어 밥 위에 얹어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다랑어 사랑은 1996년 ‘다랑어(마구로) 법’까지 만들어냈다. 세계 다랑어류의 자원동향 조사, 보존 및 관리 등을 명문화해 일본인의 중요한 식재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이 법에 따라 부정하게 잡은 마구로는 시장에서 팔 수 없게 하고 있다.

최근 참다랑어의 멸종위기종 지정 움직임이 일면서 일본에서는 그런 논의 자체가 과학적 근거 없는 유럽 환경론자들의 일방적 주장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금수조치 논의의 근거가 된 대서양다랑어보존국제위원회(ICCAT) 조사에 따르면 1974년 약 30만 t이던 참다랑어는 현재 8만 t으로 줄었고 특히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친어(親魚)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참다랑어는 멸종 우려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참다랑어의 개체수를 추정할 때 수많은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치 자체가 불명확한 데다 8만 t을 개체수로 환산해도 400만 마리에 이르기 때문에 ‘멸종위기’를 운운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또 대서양과 지중해에서 잡을 수 있는 참다랑어 어획량 제한을 현재대로만 유지하면 2023년에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일본 언론도 “환경을 중시하는 유럽의 정당과 비정부기구(NGO) 등이 구체적 증거 없이 감정에 호소하는 것을 일부 정부가 수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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