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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프로농구 4강전은 ‘호형호제 시리즈’

입력 | 2010-03-19 03:00:00


프로농구에서 결전을 앞둔 홈팀과 방문팀이 같은 숙소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전력이 노출될 수 있고 자칫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모비스, KT, 동부는 KCC의 연고지인 전주에서 적과 동침을 한다. KCC 허재 감독(45)은 이들 세 팀과 한 지붕 아래에 머무는 데 개의치 않는다. 허 감독은 모비스 유재학(47), 동부 강동희(44), KT 전창진 감독(47)과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 경기 전날에도 함께 식사를 하며 반주를 곁들이곤 한다.

묘하게도 올 시즌 네 감독이 모두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투게 됐다. 모비스와 동부가 20일부터 맞붙고 KT와 KCC는 21일 1차전을 시작한다. 유재학과 강동희 감독은 시대를 풍미한 최고 가드로 둘 다 실업팀 기아 출신이다. 유 감독이 무릎 부상으로 은퇴한 뒤 강 감독이 1990년 기아에 입단했다. 강 감독은 “재학이 형이 계속 뛰었다면 난 벤치 신세였을 것이다. 대표팀에서 많이 배웠다. 술도 자주 사줬다”며 웃었다. 유, 강 감독은 똑같이 강력한 수비를 강조하는 스타일이 닮았다. 정규시즌에서 모비스는 평균 실점이 가장 적었고 동부는 그 다음이었다.

전창진과 허재 감독은 서울 상명초등학교와 용산중고교 2년 선후배로 어릴 때부터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녔다. 허 감독이 기아를 떠나 나래(현 동부)로 옮길 때 당시 삼성 프런트로 있던 전 감독이 주선한 일은 유명한 일화. TG삼보(현 동부)에서 감독과 선수로 우승을 합작하기도 했다. 전 감독은 동부 사령탑이던 지난 시즌에는 허 감독이 이끈 KCC와 4강전을 치러 2승 3패로 패했다. 당시 전 감독은 “허재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유재학 감독의 친동생은 허재 감독과 동갑내기 친구. 유, 전 감독은 10세 때 농구를 함께 시작한 37년 지기. 허, 강 감독은 중앙대와 기아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실타래처럼 엮인 네 감독 중 챔프전 티켓은 두 명에게만 돌아간다. 우정 어린 호형호제 시리즈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