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사이가 지척인 것을
(리넨에 아크릴과 실크스크린 잉크·182.9X203.5cm·1976년)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1968년 6월 3일 앤디 워홀은 이 말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날 그는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과격한 페미니스트 밸러리 솔래너스가 쏜 총에 맞아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다. 범행 동기를 “영화에서 여성을 폄하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솔래너스는 정신이상으로 진단받는다.
이는 워홀의 삶과 예술을 뒤흔든 사건이다. 부상 후유증 때문에 평생 코르셋을 착용해야 했고, 솔래너스가 암살을 재시도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수집벽도 심각해졌다. 작업에 있어선 회화와 실크스크린 작품에 다시 집중했고, 대중적 세속적 이미지와 더불어 죽음과 같은 심각한 주제도 파고들었다.
“나는 죽으면 어떤 잔재도 남기고 싶지 않고, 스스로도 어떤 잔재가 되고 싶지 않다. 나라는 기계가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워홀)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