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은 ‘오감(五感)’을 충족시키는 잔이 이상적인 술잔이라고 입을 모은다. 잔의 겉모습부터 술을 따를 때 나는 소리와 향, 손과 입술이 닿는 느낌과 혀에서 느껴지는 맛까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술잔은 그야말로 ‘예술품’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잡하고도 미묘한 예술품인 술잔을 만들 때 가끔은 머리 아픈 수식이 끼어들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술잔의 크기를 결정할 때다. 잔에 담긴 술을 마실 때 맛도 좋게 하고 알코올도 적당히 섭취하려면 술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잔의 크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우리 전통주 술잔을 개발해 선보인 배상면주가는 전통주를 마실 때 적절한 잔의 크기를 ‘1000 알코올 계수’라는 공식으로 가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1000 알코올 계수’는 술의 종류마다 다른 알코올 도수와 술잔의 용량을 곱했을 때 1000 안팎의 숫자가 나오는 잔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공식이다. 예컨대 알코올이 10% 함유된 술을 마신다면 한 잔에 100mL가량을 따라 마시는 것(10×100=1000)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얘기다. 알코올 도수와 잔의 용량을 곱한 값이 1000을 크게 밑돌면 잔의 크기가 한 잔 용량으로는 너무 작고 1000을 크게 웃돌면 한 잔 용량으로는 과해서 과음을 유발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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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약주’로 불리는 비교적 낮은 도수의 전통주는 두께가 얇은 잔을 택하는 것이 한입에 마시기 편하다. 반면 소주처럼 도수가 높은 전통주는 폭이 넓기보다는 깊이가 있는 술잔이 술을 머금었을 때 입속에 잔향을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