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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운전사가 中企사장 납치 살해

입력 | 2010-03-08 03:00:00

검문피해 전세버스로 이동
3억 받아낸 뒤 죽여 수장
“빼앗은 돈 중 4000만원
내연관계 사장부인에 전달”




연매출 70억 원대의 중소 제조업체 사장이 납치된 뒤 살해됐다. 붙잡힌 피의자는 과거 그의 승용차를 몰았던 운전사 겸 보디가드였고 사장 부인과 내연관계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중소기업 대표 이모 씨(46)를 납치 및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김모 씨(42) 형제 등 5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또 다른 공범 허모 씨(43)를 뒤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형제는 지난달 11일 오전 9시경 안산시 상록구 사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근하던 이 씨를 그의 에쿠스 승용차에 태운 채 납치했다. 이들은 이 씨에게 현금 3억 원을 요구했고 “대박이 날 사업이다.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니 돈을 건네주라”는 내용의 이 씨 전화를 받은 회사 관계자는 김 씨 형제에게 돈을 전달했다.

김 씨 형제는 다른 공범들과 함께 오후 10시경 이 씨를 데리고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로 이동했다. 이동할 때에는 45인승 전세버스를 이용했다. 수년 전 버스운전사로 일했던 공범 1명이 미리 40만 원을 주고 빌린 버스였다. 승용차 대신 대형버스로 이동하면 경찰의 의심을 덜 받기 때문이다. 대부도로 이동한 범인들은 버스 안에서 이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경기 평택시 아산방조제에서 이 씨의 시신을 평택호에 던졌다. 물위에 떠오르지 않도록 8kg 아령 2개를 시신에 매달았다. 닷새 뒤에는 이 씨 집에 연락해 “이 씨가 집에 곧 들어가니 회사 근처의 승용차를 세차해서 집 앞에 갖다놓으라고 했다”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경찰은 납치 이틀 뒤인 지난달 13일 이 씨 부인의 신고에 이어, 16일 “3억 원을 건넨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받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5년 전 약 1년간 이 씨의 운전사 겸 보디가드로 일했던 김 씨와 이동경로가 같다는 점을 확인하고 행방을 추적해 같은 달 26일 김 씨 형제를 붙잡았다. 또 6일 오후 평택호에서 이 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김 씨 형제 등은 빼앗은 돈을 대부분 생활비 등에 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중 4000여만 원은 이 씨 부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이 씨가 나를 모함하고 해고시켜서 원한이 있었다”며 “이 씨 부인에게 준 돈은 빚을 갚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경찰에서 “이 씨가 나를 죽이기 위해 1억5000만 원을 주고 사람을 고용했다는 말을 듣고 이 씨를 죽이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이 씨 부인과의) 내연관계 때문에 이 씨와 맞소송을 벌이는 등 나쁜 감정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이 씨 부인도 내연관계임을 인정했다”며 “정확한 범행동기와 추가 공범 여부 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