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감독 세번째 작품 ‘꿈’ 원판 필름 찾아당시 주연 최은희 씨 “말에서 떨어진 일 생생”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해 8월 개인 소장자에게서 제보를 받아 ‘꿈’을 비롯한 1950, 60년대 영화 필름 6편을 구입했다고 3일 밝혔다. 신 감독의 데뷔작 ‘악야’(1952년)와 두 번째 작품 ‘코리아’(1954년)는 필름이 전해지지 않으며 그의 작품 80편 가운데 19편이 유실된 상태다.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꿈’의 주연 배우이자 신 감독의 부인인 최은희 씨(84·사진)와 영화평론가 김종원 씨(73)가 참석했다.
3일 공개된 고 신상옥 감독의 초기 작품 ‘꿈’. 춘원 이광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신 감독의 부인인 배우 최은희 씨(누워 있는 사람)가 주연을 맡았다. 사진 제공 한국영상자료원
김 씨는 “‘꿈’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년) ‘벙어리 삼룡’(1964년)으로 이어지는 신 감독의 탐미주의적 문예영화의 시초”라며 “신 감독의 연출 초기 특징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은희 씨의 5번째 출연작으로 당대 신인으로서 최 씨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수십 년 전 내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고 가슴이 설레 밤잠을 설쳤다”며 “아무것도 없던 1950년대 상황에서 ‘꿈’을 만들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좋고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영화를 1955년 1월 개봉 이후 55년 만에 다시 본다고 했다.
최 씨는 ‘꿈’을 촬영하다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에서 땅에 머리를 부딪쳐 기절했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나중에 정신이 드니 모든 사람이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난 생명을 걸고 연기한 건데 왜 끝까지 카메라를 돌리지 않았느냐고 신 감독에게 시비를 걸었지요. 그때 만일 뇌진탕이었으면 (저세상으로) 갔을 겁니다.”
최 씨는 또 “신 감독의 데뷔작인 ‘악야’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부부의 키스 장면에서 여자가 (까치발로) 키를 높이는 모습을 카메라로 잡았는데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꿈’의 훼손 부분을 보수해 35mm 필름으로 확대 복원한 뒤 5월 18일∼6월 13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개관 2주년 기념 기획전’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