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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C로 약칭되는 강원 홍천의 육군 과학화훈련장에는 북한군과 유사한 복장을 하고 있는 11대대가 있다. 일반 전투사단들은 8년에 한 번꼴로 이곳에 들어가 서바이벌 게임보다 훨씬 더 정교한 장비로 11대대와 실전 같은 전투훈련을 한다. 이 훈련에서 11대대의 총포류에 맞으면 시신을 담는 ‘영현(英顯)백’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전사자(戰死者)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병사들을 강인하게 만든다.
▷경기 포천의 승진훈련장에서는 기동전 훈련을 한다. 전투사단들은 4년 반에 한 번꼴로 이 훈련장에 들어가 포탄이 작렬하는 가운데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운 돌격 연습을 한다. 육군 병사들의 복무기간은 22개월이다. KCTC 훈련은 전투사단이 네 번 물갈이를 해야, 승진훈련장 방문은 2번 이상 물갈이해야 한 번 경험할 수 있다. 부대장들이 훈련 부족을 느낄 만하다. 두 훈련장 앞 도로는 훈련을 받기 위해 장비를 끌고 온 병사들로 북적인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훈련장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다.
▷공군 수원기지는 수도권 영공을 방어하는 최전방 기지다. 대구기지는 최강의 전폭기인 F-15K를 발진시키는 전략기지다. 그런데 두 기지는 대도시에 있어 소음 공해가 심하다는 민원이 많이 제기된다. 가장 중요한 훈련인 야간 이착륙과 저공비행 연습은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커질까 봐 거의 못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군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에 앞서 국내 민원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여객기처럼 얌전히 뜨고 내리는 훈련만 반복한다. 부단한 실전형 훈련 없이는 강군(强軍)을 만들지 못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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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