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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리포트]2년연속 순익 1위 신한금융의 비결

입력 | 2010-02-20 03:00:00

“최초-차별화” 신한Way 28년
한국최강 ‘리딩 뱅크’ 올랐다




 지면 디자인 서장원 기자


《자본금 250억 원, 임직원 279명. 1982년 신한은행의 시작은 초라했다. 국내 은행 중 처음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신한은행은 본부 영업점을 포함해 단 3개의 점포로 영업을 시작했다. 304조 원의 자산과 1만8340명의 임직원, 1403개의 지점과 11개의 계열사. 2009년 말 현재 신한금융그룹의 위용이다.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에서 2008년과 2009년 연속으로 금융권 1위를 차지했다. 2위와의 격차를 2008년 1400여억 원에서 지난해 2800억 원으로 더욱 벌리며 금융권의 최강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 수많은 은행이 쓰러져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신한금융의 비결은 뭘까.》

금융권에서는 조흥은행 인수를 비롯한 성공적인 인수합병(M&A)과 은행·비(非)은행 부문의 균형 성장 전략, ‘신한웨이(Way)’로 대표되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꼽는다.

○ 하버드도 인정한 인수합병 전략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의 첫 사례연구 주제는 6년째 변함이 없다. 조직변화 관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캔터 교수가 고집하는 주제는 바로 ‘신한·조흥은행의 통합 사례’. 그는 2005년부터 매년 신한은행의 관계자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이 사례를 연구하고 토론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M&A 사례가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스쿨에서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을 발표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하며 초대형 은행으로 재탄생한 국민은행에 맞서기 위해선 조흥은행과의 합병은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반면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흥은행은 후발 은행인 신한은행에 합병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세게 반발했다.

신한금융은 히든카드로 ‘듀얼 뱅크(dual bank)’ 체제를 꺼내들었다. 신한금융그룹 내에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란 이름을 유지하면서 3년간 공동경영을 하는 ‘선(先)통합-후(後)합병’이란 유례없는 실험을 한 것. 공동경영 체제하에서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 조직을 통합하는 한편 직급별 상견례, 통합 커뮤니티 사이트 개설, 공동교육 실시, 사이버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

3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6년 이뤄진 신한·조흥은행의 통합은 신한금융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 결실은 각종 경영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합병 전인 2005년 신한·조흥은행을 합친 것과 2009년 말 시점을 비교하면 직원 수는 4314명, 점포 수는 16개가 줄었음에도 자산은 4년 만에 43% 증가했다.

○ 탄탄한 비은행 계열사

최근 국내 금융그룹들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 성장’이다. 신한금융은 은행·비은행 균형 성장 면에서 경쟁 금융그룹에 한발 앞서 있다. 2001년 자회사 6개로 출발한 신한금융은 현재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캐피털 자산운용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실제 2009년 말 현재 신한금융 전체 수익에서 카드와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이른다.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절반을 넘어선 금융지주사는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하지만 2005년까지는 신한금융그룹 내에서도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전체 그룹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1.2%에 불과했을 정도다. 초라했던 비은행 부문이 크게 성장한 발판은 2006년 LG카드 인수였다. 국내 최대 카드사인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신한카드는 단번에 카드업계 부동의 1위로 올라섰다.

특히 LG카드 인수는 고객 확대를 통해 신한금융 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신한금융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소매금융부문이 획기적으로 보강됐다. 1000만 명에 이르는 LG카드 회원을 새로운 고객으로 맞아들임으로써 신한금융그룹의 고객은 전 국민의 절반(2400여만 명)으로 확대됐다. 균형 잡힌 은행·비은행 계열사 구축은 장기화된 저금리로 은행 경영환경이 크게 나빠진 금융위기에도 신한금융이 경쟁 금융그룹보다 선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 은행-비은행 부문 ‘균형성장’ 가장 앞서 ▼

○ 먼저 또 다르게, 변화를 즐겨라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1982년 7월 7일 설립 첫날 신한은행 전 직원은 개점을 앞두고 어깨띠를 두른 채 인근 상가와 회사를 돌며 홍보활동을 펼쳤다. 단 1명의 고객이 점포에 들어와도 전 직원이 일어나 “어서 오십시오”를 외쳤다. 관공서처럼 딱딱한 은행에 익숙했던 고객들은 신기해했다. 개점 첫날 본점 영업부에 1만7520명이 몰려들었다. 국내 금융권에 처음 도입된 고객만족(CS) 경영인 셈이다.

신한금융 임직원들은 그룹의 성장배경에 대해 ‘신한웨이’로 부르는 기업문화를 한목소리로 꼽는다. 신한웨이의 핵심은 ‘최초’와 ‘차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너도나도 몸집 불리기에 나설 때 증권, 보험, 카드사 겸업을 강화한 것도 경쟁 금융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택하는 신한웨이에 따른 것. 신한금융은 최근에도 대형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외환, 우리은행을 둘러싼 M&A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외형 경쟁보다는 ‘내실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곳도 신한금융이다. 현금지급기를 통한 자기앞수표 지급,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공과금 수납 및 자기앞수표 입금, 인터넷뱅킹 도입이 대표적이다.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2004년 신용불량자 회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05년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한 것도 금융권에선 신한금융이 처음이다. 위성호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혁신을 중시하는 신한은행의 기업문화는 한국의 금융문화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독특한 신한웨이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日진출 신한銀 5개월새 1조2600억원 예금유치 ▼
교포영업 벗어나 현지화 성공
보험-증권도 해외진출 박차


 해외 진출은 국내 은행들에 주어진 지상과제다.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인 신한저팬(SBJ)은 1000억 엔(약 1조2600억 원)이 넘는 예금실적을 올렸다. 선진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외국계 은행이 짧은 기간에 올린 실적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더 중요한 것은 예금실적의 80%가 현지 일본인 자금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은행 해외진출은 교포영업 위주에 그쳤다. 교포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 보니 현지어를 못하는 직원이 파견되는 사례가 많았다. 제한된 수의 교포를 상대로 여러 은행이 영업을 하다 보니 국내 은행끼리 제 살 깎기 경쟁을 벌이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SBJ의 일본진출 성공은 이 같은 ‘국내 은행 외국점포=교포 영업’이란 통념을 뒤엎었다.

신한은행의 성공 비결은 소매금융 집중과 철저한 현지화라는 평가다. 신한은행의 외국 현지법인 10개 중 7개는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34개의 점포 중에서도 20개가 중국과 일본, 베트남에 있다. 성장성이 높으면서도 문화가 비슷한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면서 현지인 고용과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현지화를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인터넷 공동구매 상품이나 복합 상품 등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소매금융 노하우를 수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빠른 업무처리와 고객만족 경영 역시 신한은행 해외진출의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이런 해외진출 전략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의 성장 모델과도 비슷하다. 1980년대 중반까지 스페인 내 6위의 중소형 은행이었던 산탄데르은행은 강점인 소매금융과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남미 지역 진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20년 만에 유럽 1위 은행으로 성장했다.

신한은행의 성공은 신한금융 계열사들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데 발판이 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 현지법인이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일본과 베트남, 중국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의 카드와 보험, 증권, 자산운용 계열사들은 신한은행이 확보한 일본과 베트남, 중국의 현지 고객 기반을 활용해 복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은 장기적으로 해외에서도 소매금융과 투자은행 비즈니스를 겸한 상업투자은행(CIB)의 틀을 잡아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