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법률은 제1조에서 제정 목적을 밝힌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판사는 이러한 입법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전주지법 진현민 판사는 중학생 등 180명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가 반국가적 의식화 교육을 한 전직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해칠 만한 실질적 해악성(害惡性)과 이적(利敵)활동의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검찰은 “법해석을 넘는 입법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피고인은 빨치산 추모제 참가 이외에 김일성 주체사상과 연방제 통일, 핵무기, 주한미군에 관한 북한과 빨치산의 주장을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주입했다. 그는 국보법 등을 위반해 3년간 복역한 전력도 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은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 동조, 이적표현물 취득 소지 반포(頒布)로 집약된다. 이에 대해 판사는 빨치산이 ‘과거 일’에 불과해 실질적 해악이 없고 이적성(利敵性)도 없으며, 일부 이적표현물은 암호 상태여서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는 이적표현물을 호기심에서 갖고 있거나 학문적 연구용이 아닌 한 이적성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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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