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전북 순창의 회문산에서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가 열렸다. 회문산은 6·25전쟁 때 남한을 공산화하려고 무장 게릴라 활동을 한 빨치산의 본거지 중 하나였다. ‘통일 애국열사’는 빨치산을 말한다. 비전향장기수들의 모임인 ‘통일광장’이 3년째 주최한 행사였다. 첫날 전야제에 전북 임실의 K중학교 김형근 교사와 학생 180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무대에 올라 반미반전(反美反戰) 내용의 ‘평양학생에게 보내는 통일편지’를 읽었다. 주최 측은 학생들에게 ‘통일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장도 줬다. 빨치산 출신들은 “제국주의 양키군대(미군)를 한 놈도 남김없이 섬멸하자”고 외쳤다. 남한 정부는 ‘괴뢰정부’로 지칭했다.
학생들의 편지 낭독 사진은 학교 홈페이지에 자랑스럽게 올려졌다. 추모제에 동행한 동료 교사 4명은 “그런 모임인 줄 모르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등산 간 것으로만 알았다”며 분노했다. 이전에도 학교 측과 학부모운영위원회가 김 교사의 친북 이념교육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듣지 않았다. 학생들의 노트에선 ‘국가보안법 때문에 통일이 저지된다’는 글이 발견됐다.
도덕과목을 맡은 김 교사는 당시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이었다. 그는 전교조 교사들에게도 e메일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전파했다. 인터넷 포털에 반전 카페를 열어 고교생들에게 친북반미(親北反美)를 가르치고 토론했다. 북한 핵무기에 대해서도 “북한은 전쟁을 원하지 않고, 핵무기는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수단”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판사 한 명의 문제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사법부 전체의 신뢰가 달린 중대한 일이다. 이번에도 상급심에서 바로잡으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자세를 보일 것인가. 헌법 수호에 앞장서야 할 사법부에서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편향된 판결이 끊임없이 나오는 데 대해 의구심과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