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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동아논평]김정일 생일과 강냉이밥

입력 | 2010-02-16 17:00:00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오늘 68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북한의 권력자도 어느덧 여생을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시작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세습독재가 65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절감하게 됩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뜻밖의 고백을 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내가 할 일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인민들에게 흰 쌀밥을 먹이고 밀가루로 만든 빵이랑 칼제비국(칼국수)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월9일자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김일성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한 가닥 기대를 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잘못을 인정했으니 행동이 변하지 않을까. 그러나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로 끝났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북한 전역이 통치자 한 사람을 위한 생일 축하무대로 변했습니다. 평양에서 '김일성화 김정일화 전시회'가 시작됐고, 백두산 삼지연에서는 '2·16 경축 얼음조각 축전'이 열렸습니다. 어제는 북한의 고위층이 평양 4·25 문화궁전에 모여 '2·16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열었습니다. 경축 보고대회는 이어달리기를 하듯 북한의 도 시 군에서 계속 됩니다. 13일 평양시민 10만 명이 모인 공동구호 관철 군중대회도 김 위원장의 생일과 연결됐습니다.

대규모 축하 행사에는 당연히 많은 돈이 듭니다. 그 돈을 굶주리는 주민들을 위해 쓸 수는 없을까요. 어린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선물했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게 식량입니다. 김 위원장은 말로는 주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만을 위해 국가예산을 펑펑 쓰고 있습니다.
흰쌀밥과 고깃국, 강냉이밥 발언도 논평원의 글에 잠깐 언급되는 형식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지못해 인정한 것이지요. 북한 지도자는 비겁하기까지 합니다. 북한 집권층과 주민을 분리해 상대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