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빠져 주요국이 공동대응에 나선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이젠 출구전략이 본격 거론될 정도로 상황이 호전됐습니다.
미국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3단계 출구전략을 공개했습니다. 그가 "지금은 출구전략을 쓸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단계적 전략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경제 예측력과 대응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버냉키 의장의 전략은 첫째, FRB가 은행에 긴급 대출할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을 조만간 올리겠다는 겁니다. 다음은 시중은행에 환매조건부채권을 매각하는 것입니다. 둘 다 시중의 자금을 환수하는 내용이죠.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1조 달러 이상을 공급했는데 그 중 수천 억 달러가 환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가 금리인상입니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상당기간 현 상태로 묶어두되 나중에는 금리를 올리겠다고 한 것이죠.
FRB의 발표는 시장에 신뢰감을 줍니다. 앞으로 출구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데 어떤 내용이 나올지 불투명하다면 시장에 불확실성이 생길 것입니다. 이런 시점에 중앙은행 총재인 FRB 의장이 단계적인 처방을 제시한 것이죠. 그러면 시장참여자들은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여러 시각에서 논평을 해 금융당국의 정책을 수정 보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작년 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출구전략과 관련해 신경전을 벌였죠. 대통령까지 나서서 출구전략을 쓸 시점이 아니라고 한 직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자 통화정책의 독립성 문제까지 거론됐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제각각 따로 노는 것 같아 시장이 불안해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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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