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전자제품이 매년 한 번, 그것도 정해진 시기에 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MP3플레이어,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디지털카메라 등 수많은 전자제품은 수시로 등장해 우리를 유혹합니다. ‘티저 광고’다, ‘체험마케팅’이다 해서 발매 전에 소비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전략도 기업엔 어느덧 필수가 됐죠. 갈수록 전자제품 사용주기는 짧아지는 듯합니다.
부자가 아닌 이상 그 많은 제품을 모두 새로 살 수는 없는 법이죠. 그래서 인터넷 중고시장에는 헌 제품을 팔고 새 제품을 사려는 이른바 ‘디지털 스와프’족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쓰던 중고제품을 싼 값에 처분하고 거기에 돈을 조금 보태 새 제품을 삽니다. ‘헝그리 어답터’로 불리긴 하지만 돈을 얼마 안 들여 새 제품을 샀다는 뿌듯함이 있죠. 이들이 많이 모이는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는 회원이 5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저도 올해 초 디지털 스와프족 체험을 해봤습니다. 가장 안전하다는 ‘직거래’를 하기 위해 직접 길에서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직업도, 나이도, 생김새도 다양한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다 보니 자연스레 디지털 스와프족이 갖춰야 할 덕목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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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게시글 삭제하기’=한번은 게시판에 판매 글을 올렸는데 한참이 지나도 사겠다는 e메일이 안 오더군요.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글에 “용산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제품 왜 이렇게 닳았냐”는 식의 악성댓글을 달며 훼방을 놓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사고 싶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살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흥분해서 댓글을 달면 오히려 분위기만 안 좋아집니다. 조용히 글을 삭제했다가 다시 올리면 됩니다. 게시글 ‘업데이트’라는 명목에서죠.
③‘쇼핑백 담기’=중고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상태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제품 케이스나 USB케이블 등이 있으면 값이 올라갑니다. 그렇다고 케이스 없는 제품을 있다고 속여 팔 수는 없는 일이죠. 이때 필요한 것은 바로 해당 제품 회사의 쇼핑백.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디지털액자를 팔 때는 삼성전자 로고가 적힌 쇼핑백에 담아 가면 좋은 대접을 받죠. 뭐라도 하나 더 해줘야 하는 게 바로 디지털 스와프족의 덕목입니다. 애프터서비스도 필수입니다. “잘 쓰세요” 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괜찮은 이성이라면 “잘 쓰고 계세요? 한번 만나서 사용법 가르쳐 드릴게요”라는 안부문자 가볍게 날리는 센스도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