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부당한 계약 아니다”
수출 기업에 막대한 환차손 피해를 준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를 두고 벌어진 기업과 은행 간 법정 소송 1라운드에서 기업 측이 패소했다. 서울고법이 3일 키코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기업 측이 낸 10건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데 이어 서울중앙지법도 8일 본안 소송 첫 판결에서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임성근)는 이날 중장비업체 수산중공업과 전력케이블업체 아이티씨가 키코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기업 측에 패소 판결했다. 씨티은행이 수산중공업에 계약 해지금을 요구하며 낸 맞소송에 대해서도 “기업 측은 3억1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키코 가입은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약관을 바탕으로 한 계약’이라는 기업 측 주장에 대해 “키코 계약은 부분적으로 환(換) 리스크를 회피하도록 설계된 상품이고 이 계약으로 은행이 얻게 되는 이익이 다른 금융거래에 비해 과다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기업 측은 은행이 상품 판매 당시 과도한 위험을 수반하는 금융상품인 키코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말았어야 했고, 상품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계약 당시 국책연구기관 등 대부분의 기관이 환율 하락을 전망했고 기업은 키코 가입 전에도 20여 건의 장외파생상품을 거래한 경험이 있다”며 은행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기업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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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