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재수생의 ‘3대 착각’이 도사리고 있다.
첫 번째 착각은 ‘고3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실패했다’는 착각이다. 두 번째는 내신과 수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실패했기 때문에 수능에만 집중하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세 번째는 시험 당일 긴장 때문에 지난 수능을 망쳤다는 착각이다.
고3의 생활을 살펴보자. 들여다볼수록 비효율적인 학습의 연속이다. 1교시부터 8, 9교시까지 수업을 받는다. 자신의 머릿속에 정보를 체계화해 정리할 시간이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또다시 학원 수업이 기다린다. ‘학습노동’의 시간만 늘어날 뿐 강의 내용 중 체화된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재수생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결심은 ‘고3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일방적 교육을 계속 받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Smart)’하게 공부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드(Hard)’하게 공부하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재수생들이 참고할 모델이 있다. 학업성취도국제비교(PISA)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핀란드 교육이다. 핀란드는 성적뿐 아니라 공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했는가를 측정하는 학습효율화지수에서도 1등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학업성취도에서 2등을 했지만 효율화지수에서는 2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시간은 핀란드 학생에 비해 주당 20여 시간이나 많다.
재수생의 성패도 1년 학습계획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기획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방적 강의에 의존할 경우 실패한 고3 생활을 반복할 여지가 크다. 수업과 자기주도 학습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연계시키느냐가 공부생산성을 결정짓는다.
재수종합학원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유명 학원 중에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모아 놓고 1년 후 명문대에 몇 명을 보냈는지 선전하는 곳이 있다. 이미 최상위권에 도달한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효율성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터득한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학원의 홍보에 끌려 학원을 선택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자신의 잘못된 공부습관을 바로잡아주고 학습효율성을 끌어 올릴 시스템을 구비한 학원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또 하나 재수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마음 관리이다. 재수에 실패하는 학생들 상당수는 중도에 ‘마음이 무너지면서’ 또다시 실패의 전철을 밟는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다시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을 이기지 못해서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존감을 지켜나가야 큰 기복 없이 장기 레이스를 마칠 수 있다.
양태회 비상교육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