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구단 “초반 잡아야 우승 보인다” 벌써 몸만들기 끝…투수 피칭 연습조기 ‘페이스 업’ 왜?8개 구단 “초반 잡아야 우승 보인다” 벌써 몸만들기 끝…투수 피칭 연습구단 훈련 스케줄 달라진 것은롯데, 훈련시간 늘리기…삼성 특타조 한화 ‘5일 훈련+1일 휴식’ 지옥 특훈
한화의 훈련량은 강화됐다. 예전엔 베테랑들이 많아서 ‘부상 방지’ 위주였다면 이제는 세대교체를 위한 ‘지옥 훈련’으로 테마가 바뀌었다(위 사진).하와이 | 한화 제공실전 위주의 메이저리그식 훈련에 익숙했던 롯데(왼쪽)도 올해부터는 훈련 스피드를 올렸다. 선동열 감독의 삼성은 일본식 강훈 스타일로 봄 캠프를 진행한다. 사이판 | 롯데 제공, 괌 | 삼성 제공
올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각 구단의 공통 화두는 ‘페이스 업’이다. 과거 전지훈련 초반인 이맘 때쯤에는 체력 훈련 위주의 몸 만들기 과정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타자들이 조기 실전모드에 돌입하고 투수들 역시 일찌감치 피칭에 들어가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월 중순 이후에야 시작하던 연습경기 일정도 대부분 열흘 가까이 앞당겨졌다.
○일주일 빠른 개막 일정
2010년 페넌트레이스 개막일은 3월 27일.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에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 1982년 출범 이후 3월에 프로야구 개막전을 치른 것은 이번을 포함해 고작 5번에 불과하다. 2000년대만 놓고 보면 베이징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 이후 두 번째. 시즌 개막이 앞당겨지면서 당연히 시범경기도 빨리 시작된다. 3월 6일 시작해 21일 끝이 난다. 스프링캠프의 초점은 개막 일정에 맞춰 있기 때문에 각 팀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양상문 롯데 1군 투수코치는 “비단 개막 일정 때문만은 아니다”고 했다. 롯데 투수들의 경우, 지난해까지 전지훈련을 마칠 때 쯤 하루 전력피칭수가 35개 안팎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를 듯. 양 코치는 “로이스터 감독이 개막일정과는 별도로 선수들의 컨디션을 지난해보다 빨리 올리자고 했다”면서 “사이판 전지훈련을 마치는 다음달 중순 쯤에는 하루 70∼80개까지 던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야수들 역시 지난해보다 많은 훈련을 통해 일찌감치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있다. 산악 구보라는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도 선보였고, 지난해에 비해 훈련 시간이 1시간 가량 늘어났다. 그동안 ‘연습량이 적은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로이스터 감독 스타일이 변한 셈. 20일 사이판에 도착한 롯데 선수단은 이튿날부터 27일까지, 7일간 훈련을 한 뒤 28일에서야 첫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7일 훈련+1일 휴식’일정은 앞으로 ‘6일 훈련+1일 휴식’, ‘5일 훈련+1일 휴식’으로 순차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페넌트레이스 초반 승부에 올인
미국식 자율훈련을 선호하는 로이스터 감독 마저도 조기 ‘페이스 업’을 선언한 것은 페넌트레이스 초반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 롯데는 지난해 4월, 월간 성적 8승15패로 꼴찌에 머무는 등 로이스터 부임 이후 2년 연속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는 4월 부진을 딛고 8월 이후 승승장구해 페넌트레이스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이는 보기 드문 경우에 속한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시즌 초반부터 일찌감치 승수를 쌓아놓던 SK가 매 시즌 성공했듯, 페넌트레이스 초반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 팀들의 페이스 업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다.
○더 빨라진 SK
○삼성과 한화도 페이스 업
조기 페이스 업 바람에는 삼성과 한화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3년만에 가을 잔치 진출에 실패했던 삼성은 11월 마무리 캠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고, 선동열 감독 집권 2기 첫해인 올해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야수들의 경우 예년과 달리 점심 특타조를 운영, 매일 2명씩 특별 훈련을 하는 등 평균 훈련 시간도 늘어났다.
꼴찌 후보로 꼽히는 한화 역시 이같은 전망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느 해보다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4일 훈련+1일 휴식’을 하는 다른 구단과 달리 한화는 캠프가 끝날 때까지 ‘5일 훈련+1일 휴식’일정을 고수할 계획. 점심식사 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고, 오전 6시에 기상하는 선수들은 아침 운동이 끝난 뒤 반드시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 식사가 체력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한대화 감독의 지론 때문이다.
○부지런해진 선수들
○빠른 페이스, 후반기 레이스 변수 될 수 있다?
스프링캠프 조기 페이스 업은 시즌 후반기 레이스에서 체력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실전 모드에 돌입한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여러 선수들이 후반기 들어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고 토로한 예도 있다. 초반 승부를 중요하는 분위기와 개막 일정이 앞당겨진 탓에 각 팀이 페이스를 앞다퉈 끌어 올리는 것이 요즘 분위기. 이 흐름이 후반기 어떤 그림으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각 팀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