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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네오럭셔리-헬스홀리즘-펀버전스 시장 앞서가라

입력 | 2010-01-30 03:00:00

소비시장의 새 흐름 ‘뉴 노멀’ 현상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뷔통은 지난해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명품거리’ 긴자(銀座)에 2호점을 개설하려다가 포기했다. 루이뷔통이 포기한 건물에는 미국 캐주얼 브랜드 갭이 새로 점포를 내기로 했다.

중저가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긴자에 점포를 냈고, 미국 중저가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애버크롬비&피치도 이곳에 아시아 1호점을 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1990년대 장기 불황까지 견뎌냈던 긴자의 상권을 바꿔놓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더라도 세계 경제 패턴 및 질서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즉, ‘고용 없는 저성장’과 이례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글로벌 소비 시장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기준, 즉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격 대비 가치를 면밀하게 따지면서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 ‘뉴 노멀 소비자’들이 등장했다고 분석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창간 2주년 기념호(2월 1일자) 스페셜리포트로 다양한 ‘뉴 노멀’ 현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소비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요약한다.

이번 경기 침체기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소비자들의 알뜰 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거품을 제거한 맥도날드 커피, 넷북(노트북) 등이 인기를 모은 것은 이 때문이다. 기존 제품의 거품을 제거하고 새로운 매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 일반 제품과 럭셔리의 경계가 급속히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럭셔리 업계도 재편되고 있다. 설립 이후 30여 년간 승승장구하던 독일 명품 패션 그룹 에스카다가 2009년 8월 파산했다. 프라다도 2008년 말 명품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례적으로 할인 행사를 단행했다. 경기 침체에도 끄떡없을 것처럼 보였던 샤넬도 매출 부진으로 2008년 말 총 생산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200명을 해고했다.

일반 제품들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가운데 명품 업계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두 시장의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든 아니든 스타일, 디자인 등 핵심 기능과 ‘플러스알파’를 겸비한 상품이 선호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에는 경제위기 중 누적된 스트레스와 퇴직 및 실직에 따른 심리적 내상을 치유하는 소비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0년 베이비붐 세대의 첫 은퇴와 더불어 이들이 지향하는 조화, 안심, 감성 욕구 등을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헬스 홀리즘’이 전체 소비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멜라민 파동 등으로 안전한 먹을거리 등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서울우유는 2009년 7월부터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병행 표기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안전과 안심의 가치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주거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커지는 퇴직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안도감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욕구가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폐쇄회로(CC)TV,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주거 안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감성 역시 중요한 키워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이어지면서 신기술만 강조된 상품보다는 사용자의 감성적 체험과 혜택을 배려한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만지면 대답하고 노래를 부르는 봉제인형 ‘프리모 푸엘(Primo Puel)’은 일본 반다이가 아이들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다. 하지만 탁월한 정서적 교감 능력 때문에 노인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100만 개 이상 팔렸다.

일상에 지칠수록 ‘펀(Fun)’이 소비의 기본 요건이 되고 있다. 2009년 경제위기 중 소비자의 ‘항(抗)스트레스’ 욕구로 편하게 웃을 수 있는 ‘개그콘서트’, ‘내조의 여왕’ 등과 같은 TV 프로그램과 문화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불황의 한가운데에서는 당장의 고통을 잊게 하는 ‘유머’ 중심의 ‘펀’이 주류를 이뤘지만, 2010년부터는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다양한 ‘펀’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심리적 안정을 회복한 소비자들이 감성적, 감동적 ‘펀’을 추구하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황 중 일시적인 손님몰이를 위해 단기 펀 이벤트를 활용한 기업이라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브랜드 스토리가 담긴 장기 펀 이벤트’를 펼쳐야 한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전북 ‘에움길’과 같은 도보여행 등 자연 친화 프로그램 및 문화 예술 상품 체험을 통한 펀 추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 양상과 각 트렌드의 확산 시기를 예의주시하며 선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불황기 생존에 최적화된 기업일수록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 불황기에 효과를 거뒀던 전략들이 경기 회복기에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minhoon@samsung.com

정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0호(2010년 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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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Strategy Tools for a Shifting Landscape

단어는 숫자보다 강력하다. 단어를 활용하면 기업은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에 집중하고,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해나가며 비즈니스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숫자, 지도, 도표보다 단어를 더욱 잘 이해한다. 따라서 대본 형태로 전략을 수립하면 직원들의 상상력을 북돋울 수 있다. DBR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 2월호에 실린 ‘Strategy Tools for a Shifting Landscape’를 전문 번역했다.

▼트렌드 돋보기/앱스토어 성공 부른 ‘후광 효과 전략’

앱스토어를 향해 돌진하는 사업자들은 애플에는 후광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이폰이라는 획기적 제품이 있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업자들은 자신이 가진 서비스나 제품이 앱스토어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서비스나 제품과 연계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애플의 그것만 못할 것이다.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저서 ‘철학적 탐구’에서 “어떤 낱말이 어떻게 기능하느냐는 추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낱말의 적용을 주시하고, 그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 규칙을 따르고 있다. 상대방이 어떤 삶의 문맥을 갖고 이야기하는지 섬세하게 읽어내야 한다. 자신의 문맥에 따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재단하는 순간 오해와 갈등은 불가피해진다.

▼High-Tech Marketing Solution/‘구색’으로 전락한 충성도 프로그램 확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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