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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수첩] 맨 시티에 잔인했던 올드 트래포드

입력 | 2010-01-28 16:07:43


승패를 떠나 비신사적인 행동들이 난무한 올드 트래포드였다.

28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칼링컵 준결승 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준결승과 맨체스터 더비라는 매치업과 더불어 테베스를 둘러 싼 치열한 감정싸움으로 가득해 자칫하면 피치에서 큰 싸움까지 날 뻔한 게임이었다.

1차전에서 패한 맨유는 꼭 승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경기 초반부터 비신사적인 반칙을 남발했다. 전반 21분 골문으로 질주하던 테베스를 팔꿈치로 가격한 퍼디난드가 시작이었다. 테베스는 얼굴을 감싸며 쓰러진 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지만 심판은 퍼디난드에게 주의만 주고 옐로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맨유 팬들은 테베스가 경기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쓰러뜨린 퍼디난드에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루니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맨 시티의 자발레타를 역시 팔로 가격한 것. 도리어 경기장에 쓰러진 자발레타를 향해 어이없다며 빨리 일어나라고 고함을 질렀다.

심판이 보지 못해 경고를 면했지만 분명 비신사적인 행동이었다.

후반에 접어들어 감정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시작하자마자 라파엘에게 거친 태클을 걸었던 테베스가 경고를 받자 퍼디난드는 바로 싸움을 걸려는 태세로 테베스에게 달려들다가 심판한테 저지당했다.

후반 6분에는 맨 시티의 벨라미가 맨유 팬에게 봉변을 당했다. 코너킥을 차려고 준비하던 중 코너 쪽에 앉아있던 맨유 팬들에게 맥주 세례를 받다가 결국 머리에 맥주병까지 맞은 것. 벨라미는 곧 그 자리에 쓰려졌고 맨 시티 선수들은 모두 달려가 심판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반 데 사르가 직접 유리병을 치우고 맨 시티 선수들을 달래며 사태를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잔뜩 상한 맨 시티 선수들은 반 데 사르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후반 20분에는 ‘그라운드의 신사’ 긱스마저 상대 선수를 팔로 가격해 심판에게 주의를 받았다. 4분 후 급기야 경기장 내에서 싸움이 나고 말았다. 플레처가 드리블할 때 미카 리차즈가 심하게 저지하자 격분한 것.

심판은 재빨리 플레처와 리카즈를 분리시켰고 악동 루니까지 나서서 선수들 간 싸움을 말렸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양 팀이 얼마나 극심한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퍼거슨 감독은 “오늘 경기장 분위기는 환상적이었다. 우리 팬들은 열정적이었고 그들이 우리를 결승전으로 보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힌 반면 만치니 감독은 “어웨이 경기가 힘들었다. 주변의 압력이 너무 심했다. 진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혀 올드 트래포드가 그들에게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시사했다.

한편 이날 박지성이 결장한 가운데 맨유는 3-1로 승리하며 1, 2차전 합계 4-3으로 힘겹게 결승에 진출했다.

맨체스터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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