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학경시대회 중고등부 대상 두 학생
《한국수학교육학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제20회 한국수학경시대회(KMC)에서 중등부 대상을 받은 황수빈 군(16·경기 탄벌중 3)과 고등부 대상 수상자 한치오 군(17·전북과학고 1)은 수차례 경시대회에 도전한 끝에 결실을 맺은 ‘노력파’다.
KMC 본선은 예선을 치른 학생 중 상위 15%만 참가할 수 있다. 제한된 두 시간 동안 서술형 문제 6개를 풀어야 한다. 정답뿐 아니라 응시자가 서술한 풀이과정까지 채점하기 때문에 사고력, 문제해결력, 논리적인 전개능력이 관건이다.
두 학생의 경시대회 도전기를 통해 수학공부법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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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단계씩 수학의 ‘벽’을 넘다!
황 군이 처음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수학지도에 애정이 있었던 담임교사가 수학에 관련된 책을 소개했다. 황 군이 처음 잡았던 책은 ‘수학귀신’이다. 현대 수학의 어려운 문제들을 초중학생 수준에 맞춰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 수학학습도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칙연산 같은 계산문제에 익숙했던 황 군은 책을 접하면서 수학의 개념을 이해했고 수학을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5학년 때 황 군은 처음으로 사고력수학학원에 다녔다. 학원에서는 5, 6명이 모여 한 가지 수학문제에 대해 의논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같은 이론을 증명하는 과정을 두고 토론했고 잘 풀리지 않는 부분은 강사의 힌트를 토대로 해결했다. 황 군은 “이때부터 수학을 공부할 때 생각하는 습관이 길러졌고 실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했다. 하지만 경시대회의 벽은 높았다. 6학년 때 도전했던 KMC 본선에서는 장려상을 받았다.
중학생이 되자 학교 수학선생님이 모든 문제의 풀이과정을 해설집처럼 자세히 쓰도록 지도했다. 평소 쓰면서 문제를 푸는 것을 귀찮아했던 황 군으로선 자칫 수학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문제의 답을 그저 도출해내는 것과 풀이과정을 상세히 쓰는 것은 매우 달랐다. 훈련이 시작되고 6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적응이 됐다. 문제를 풀기 전 풀이과정과 접근법을 미리 계획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았다. 논리적인 공백 없이 차근차근 풀이과정을 전개하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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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풀려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다보면 수학이 싫어져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선생님에게 질문하든지 답지를 보고 풀었어요. 대신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땐 절대 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반드시 두 번 이상 꼼꼼히 복습했죠.”
황 군은 학교와 학원 수업을 제외하고 하루 2∼3시간 수학공부에 매달렸다. 경시대회 기출문제를 여러 권 풀고 난 뒤 인터넷서점에서 해외 올림피아드 문제집을 구해 풀었다. 국내 경시대회에서 출제되는 문제와 다른 유형의 문제를 접할 수 있었다.
“나만의 수학해설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풀이과정을 서술해보세요. 서술형문제가 나오는 경시대회를 대비하는 데 최고예요. 그리고 지나치게 고민하지 말 것! 수학을 좋아해야 열심히 공부하고 잘할 수 있으니까요.”
|고등부 대상 한치오 군
○ 수수께끼를 풀 듯, 생각하는 수학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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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군은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외우지 않아도 되는 과목, 생각하는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한 군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혹은 ‘왜 이런 문제가 나왔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학귀신’ ‘소수, 수학 최대의 미스터리’ 같은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부등식 문제를 풀면 재미가 있었다. 숫자를 잘 조합해 양변에 같은 수나 식을 더하거나 빼는 부등식 문제는 일견 단순하게 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많은 생각 끝에 답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출전한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중등부 1차 시험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한 군은 “나도 수학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벽이 높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과학고에 진학해서는 내신 시험과 경시대회 준비를 병행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한 군은 “내신수학과 경시대회는 공부하는 방법부터 달라야 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공부시간과 학습법을 관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학교시험은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유형별로 문제를 풀면서 준비했다. 시험 3주 전 교과서로 개념을 정리하고 2주 전 문제집으로 유형을 익혔다.
반면 경시대회는 사고력이 관건인 만큼 한 문제, 한 문제를 깊이 생각하며 공부해야했다. 한 군은 한 문제를 푸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리더라도 고민 끝에 답을 도출했다. 하루 3∼5시간 기출문제를 풀었다. 더 많은 문제를 풀수록 실제 대회에서 유사한 사고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를 만났을 때 더 자신 있게 풀었다. 올해 KMO 1차 시험에서는 동상, 2차에서는 장려상을 받았다.
한 군이 끊임없이 경시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는 뭘까?
“다른 친구들처럼 조기졸업을 하거나 대입 준비를 하려면 내신 관리도 해야 하고 바빠요. 하지만 수학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예요. 경시대회를 통해 실력을 점검하는 데 기꺼이 시간을 투자할 거예요. 얼마 전 포스텍에서 열린 ‘전국 고교생 이공계학과 탐방 캠프’에서 암호학 특강을 들었는데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정말 매력 있더라고요. 앞으로 특히 암호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