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의 경제학 40여일 스프링 캠프 구단 성적 좌우숙식·항공료·인건비 등 8∼10억원1년 운영비 5% 안팎 큰돈 전폭 지원
가을 수확의 시작은 봄에 뿌리는 씨앗에서부터다. 8개 구단이 스프링캠프에 많은 돈과 공력을 들이는 이유다. 하와이에 캠프를 차린 한화 한대화 감독(위 사진 오른쪽)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일본 미야자키로 간 두산 선수들이 줄 맞춰 열심히 뛰는 이유도 전훈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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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8개 구단이 스프링캠프에 전면 돌입했다. 한 구단이 1년 동안 쓰는 운영비는 대략 200억원 안팎. 살림 형편에 따라 구단마다 제법 차이가 나지만 평균적으로는 이렇다. 200억원이라고 보면 역시 선수단 연봉 및 프런트 월급으로 지급하는 ‘인건비’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40일 안팎으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에는 적게는 8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들어간다. 전체 예산에서 적잖은 몫이다. 각 구단은 스프링캠프의 성패가 한해 농사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처럼 큰 돈을 쏟아 붓고 있다.
○A구단 사례로 본 지출내역
A구단이 올 스프링캠프 예산안으로 책정한 금액은 총 9억원(표 참고). 아무래도 가장 큰 돈은 ‘먹고 자는데’ 들어간다.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A구단 역시 전지훈련단은 50여명의 선수들에 코칭스태프, 지원프런트까지 7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인원이 40여일간 호텔에서 먹고 자는데 제일 큰 돈이 들어간다. 호텔의 경우 선수와 코치는 대부분 2인1실을 쓰고, 감독과 용병만 1인 1실을 쓰는 편이다.
호텔·식사비용 외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건 항공료다. 이는 다른 구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A구단의 경우 전훈지를 한번 옮기기 때문에 1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항공료로 책정하고 있다. 현지에서 선수단 이용 시 사용하는 버스나 밴 차량의 렌트비(기름값 포함) 또한 만만치 않다. 구장도 임대료가 들어간다. A구단은 현지 구장시설이 좋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공사비를 포함한 4500만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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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에 울고 웃는 구단들
2008년 후반기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환율이 급등하자 8개 구단은 지난해 전훈 출발을 앞두고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예년과 똑같이 한다면 현지에서 써야 할 돈은 훨씬 늘어나기 때문. ‘부자구단’으로 불리는 삼성이 지난해 평년보다 늦게 전훈을 시작한 것도 그래서였다.
반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환율이 내려가 구단 입장에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B구단 한 프런트는 “일본 만해도 십수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똑같은 호텔에 묵더라도 지난해는 거의 두 배의 금액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올해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똑같은 도시에서 같은 호텔을 쓰는 B구단은 이번 전훈에서 환율 덕분에 지난해 대비 약 17%의 예산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작전(?)도 변한다!
요즘은 법인카드 사용이 일반적이지만 현금 사용이 대부분이었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 관리는 쉽지 않은 작업 중 하나였다. 현지에서 보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고 해외로 가져나가는 자체도 쉽지 않았다. 해외로 나갈 때 개인이 1만달러 이상은 소지할 수 없는 규정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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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를 많이 쓰며 간편해진 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현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역이나 코디네이터 등의 인건비 등은 카드 결제가 힘들기 때문이다. 모 구단은 그래서 요즘은 최소한의 현금만 갖고 가고, 그 이후에 추가 현금이 필요하면 송금해서 뽑아 쓰는 방식을 택한다. 현지에서 직원이 ‘외국인 계좌’를 만들고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국내 사무실에서 송금하는 방식이다. 출국 때 나눠줬다가 현지에서 회수하고, 호텔 보관도 쉽지 않았던 과거에 비하면 훨씬 편리하고 안전한 셈이다.
○전문털이범에 당한 한 구단
큰 돈이 들어가는 스프링캠프인 만큼 각 구단은 철저한 관리에 힘을 쏟지만 가끔씩 사고가 나기도 한다. 앞서 말한 ‘자진 신고’ 프런트는 애교 수준. 2005년 모 구단에서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장소는 해외가 아닌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전훈을 위해 출국하려던 한 직원은 공항에서 대기 중 노트북과 더불어 제법 많은 ‘구단 현금’이 들어 있는 가방을 분실했다. 낭패를 본 그 직원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한 한국인 여성이 가방을 주웠다며 연락해 왔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 그는 개인 주머니를 털어 사례금을 준비했는데,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그 여성이 배보다 배꼽이 클 만큼 큰 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결국 이 여성은 원하는 만큼의 사례금을 받지 못하자 나중에 구단 사무실로 전화를 해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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