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1990년부터 14명 활약 ‘최다’… 올해는 3명 ‘지휘봉’
외국인 감독이 첫선을 보인 종목은 축구다. 1990년 대우 로얄스(현 부산)가 독일 출신 프랑크 엥겔 감독을 영입하며 물꼬를 텄다.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엥겔 감독은 전문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앞세워 전년도 3위였던 순위를 2위로 끌어올렸다. 효과를 본 대우는 이듬해에도 헝가리 출신 비치케이 베르탈란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비치케이는 K리그 정상에 오른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 됐다.
축구에 유독 외국인 감독이 많은 것은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크다는 방증이다. 2007년 초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선진 축구를 배우려면 후임도 외국인이 맡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종목 특성상 작전타임이 없는 것도 외국인 감독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2002년 한일,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표팀을 맡은 감독도 외국인이었다.
○ 농구 1명 영입했으나 실패… 배구1호 日감독에도 우려 목소리
축구에 이어 외국인 감독이 등장한 종목은 농구다. 2005년 6월 전자랜드에 부임한 제이 험프리스가 그 주인공. 결과는 최악이었다. 2002년부터 3시즌 동안 TG삼보(현 동부)에서 코치로 활약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였지만 감독으로서는 그렇지 못했다. 선수들과 불화설이 나도는 가운데 20경기에서 3승 17패를 기록한 뒤 시즌 중 교체됐다.
야구는 1982년 출범한 프로 종목의 맏형이지만 26년이 지나서야 외국인 감독이 나왔다. 7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롯데가 메이저리그 출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국내 현실과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2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는 성과를 올렸다.
흥국생명은 5시즌 동안 5번이나 사령탑을 바꾼 ‘감독의 무덤’. “우승이 목표”라는 반다이라 감독대행을 다음 시즌에도 코트에서 볼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