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고소 정운천 前장관“합의제인 상급심에 기대”
MBC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사진)은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크게 상심한 듯 “나는 정말 팔자가 사나운 사람”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특히 법원이 PD수첩의 보도 내용에 대해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데 대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장관은 “법원은 막강한 권한만 있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권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정 방송국이 무책임한 보도로 ‘언론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아서 사법부의 판단을 물었던 겁니다. 그런데 상식 밖의 판결을 해놓고는 ‘사법부의 독립성’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향후 촛불시위와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지면 그 판사가 책임을 지겠습니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휴대전화로 쉴 새 없이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전날 판결에 대해 위로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하는 그에게 “좀 보여 달라”고 했다. ‘힘내세요. 항소해서 꼭 이길 겁니다’, ‘옳고 그름은 하늘이 알고, 정의는 감춰도 드러납니다’, ‘저희가 옆에 있습니다’…. 전화벨도 계속 울려댔다. 그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1기 내각에 참여했던 전직 장관들의 전화였다.
“그래도 모두 저를 응원하는 메시지여서 그나마 힘이 나네요. 촛불시위 때는 ‘미친 소 너나 먹어라’, ‘자손 대대 먹고 미쳐라’ 등 입에 담지 못할 악성 욕설만 들었는데….”
“형사 1심 재판에서는 문성관 판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했지만 2심부터는 여러 명의 판사가 합의부 형태로 진행하는 만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습니다. 적어도 상식을 벗어나는 판결은 나오지 않길 기대합니다.”
그는 2008년 상반기 촛불정국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그해 8월 장관직에서 자진 사퇴한 뒤 농업현장으로 복귀해 전국 곳곳을 돌며 농업 후계자 양성을 위한 강의를 하고 있다. 125차례 진행된 강의에 약 4만 명의 농민이 참석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