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만에 시청률 31% 사냥
상민-노비의 치열한 삶, 현대 경쟁사회 보는 듯
주연 못지않은 조연들 인기몰이 ‘윤활유’ 역할
시청자들이 400여 년 전 노비를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조선 민초의 삶을 통해 현재를 보다
추노는 조선 중기 도망간 노비와 이를 쫓는 추노꾼의 이야기를 다뤘다. 기존 사극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왕이나 양반은 이 드라마에서 조연에 불과하다. 배경은 왕궁이 아닌 저잣거리고, 상민과 노비는 생존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산다. 이대길(장혁) 같은 추노꾼은 도망간 노비를 잡아서 오포교(이한위)에게 넘겨주고 돈을 챙긴다. 왕손(김지석)은 돈을 주고 여자를 사고, 설화(김하은)는 몸을 팔기 싫어서 사당패를 탈출한다. 드라마 속 배경은 400여 년 전 조선이지만 생명을 걸 정도로 돈에 집착하는 모습은 현재와도 많이 닮았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추노는 노비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 ‘돈’이라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 점이 새롭다”며 “오늘날 신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이 조선의 상황을 보면서 현재를 떠올릴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 ‘빛나는 조연들’의 연기로 재미 선사
추노의 주인공은 이대길, 김혜원(이다해), 송태하(오지호)다. 이대길이 도망간 노비 송태하를 쫓는 액션 라인, 김혜원이 이대길과 송태하 사이에서 갈등하는 러브 라인이 주축이다. 하지만 추노의 재미는 주연 못지않게 조연에서 나온다. 이대길을 죽이려는 또 다른 추노꾼인 천지호 역 성동일의 악역 연기, 노비 값을 두고 흥정하는 오포교 이한위의 능청스러운 모습, 주막에서 농을 거는 마의(馬醫) 윤문식과 방화백 안석환의 익살스러운 연기, 이를 되받아치는 큰 주모 조미령은 드라마의 감초다. 이대길을 좋아하는 설화 역의 김하은, 노비해방 운동에 뛰어든 초복이 역의 민지아, 작은 주모 역의 윤주희 같은 신인급 연기자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그룹 god 출신의 데니안은 김혜원을 호위하는 무사 백호 역으로 첫 사극 도전에 나섰다. 개그맨 황현희, 가수 유채영, 탤런트 전세홍도 카메오로 나와 양념 역할을 했다.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추노는 등장인물이 많을 뿐 아니라 갈등 구조도 복잡하다. 이를 잘 봉합하고 수습하는 데 극 중후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영화 같은 감각적 영상
추노는 디지털 영화용 ‘레드 원 카메라’를 도입해 영상미를 높였다. 화질이 기존 초고화질(full HD)급보다 선명하고, 화면을 느리게 하거나 빠르게 편집하는 데 용이해 감각적인 액션 장면을 만들었다. 3회에서 장혁과 오지호가 갈대밭에서 싸우는 장면은 영화 ‘매트릭스’ 같은 정지 액션 신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노전규 이사는 “레드 원 카메라를 도입하고 조명 기기도 기존 드라마보다 대폭 추가해 좀 더 선명한 화면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추노는 특이한 소재, 영화 같은 영상, 웃음 코드와 액션을 적절히 버무린 철저한 상업 드라마”라며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한 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초콜릿 복근’으로 여심잡은 ‘추노’ 한정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