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 때 昭儀(소의) 張氏(장씨·장희빈)의 어머니가 지붕 있는 가마를 타고 대궐 안으로 들어오자 사헌부 지평이던 李益壽(이익수)가 가마를 불태우고 종을 잡아다가 다스렸다. 처음에 숙종은 그가 멋대로 형벌을 내렸다 하여 禁吏(금리)에게 죄를 주라고 명했다. 그러다가 다시 下敎(하교)하기를 “七情 가운데 성내는 것만은 제어하기 어려우니, 전날의 일이 참으로 후회스럽다. 여조겸은 필부인데도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었거늘,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번 일로 나 자신을 경계하노라”고 했다.
躬自厚는 스스로 자기 잘못을 질책하기를 두텁게 한다는 뜻이다. 薄責於人은 남을 질책하기를 적게 한다는 말로, 남에게 완전하기를 요구하지 않아서 남을 심하게 질책하는 일이 적다는 뜻이다. 遠怨은 원망을 멀리하게 된다는 말로, 遠은 동사다. 자신이 남을 원망하는 일이나 남이 자신을 원망하는 일이나 모두 멀어지게 하여 결국 원망이 없게 만든다는 뜻이다. 옛사람은, 자신을 많이 질책하면 나의 덕이 닦여서 원망이 없게 되고 남을 덜 질책하면 남이 나를 쉽게 따라서 원망을 듣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