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나영(31)은 만나기 전 예상과 달리 유쾌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이미지와 다르게 스스로 “평상시 모습이 코미디”라고 했다.
그가 영화 ‘아는 여자’(2004년) 이후 6년 만에 코미디 영화로 복귀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년)과 ‘비몽’(2008년)에서의 슬프고 우울한 캐릭터는 벗어던졌다. 14일 개봉한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12세 이상)에서 그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트랜스젠더 손지현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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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고 조심스러울 수 있는 ‘트랜스젠더’라는 소재를 코미디와 결합한 게 마음에 들었어요. 평소에도 남장을 하고 연기해보고 싶었고요. 영화 ‘아임 낫 데어’의 케이트 블란쳇을 보면서 ‘여자가 저렇게 남자 연기를 멋지게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부러움 반, 충격 반이었거든요.”
극중 손지현은 남자였다가 여자로 삶을 바꿨으나 아들을 위해 다시 남장을 한다. 이렇게 복합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내기 위해 이나영이 선택한 것은 ‘단순함’이었다.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기도 했고,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공부도 했어요. 그런데 공부한 대로 디테일을 살려서 연기하려 해보니 힘이 많이 들고, 아예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리겠더라고요. 이광재 감독님도 ‘그만 좀 공부하라’고 하셨고요.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찍기로 했어요. ‘손지현은 태어날 때부터 천생 여자였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아홉 살 어린애를 속이기 위한 남장인 만큼 일부러 ‘어설픈 남장’을 시도했다. 가발을 쓰고 콧수염을 붙이고 양복만 입었을 뿐 목소리나 말투는 그냥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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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자제하진 않는다. “사실 제가 식탐이 꽤 있어요. 한 끼 굶고 나서는 꼭 두 끼를 먹어야 돼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칼로리가 없는 페퍼민트차를 주문하는 그의 모습은 ‘참 이기적’이었다.
앞으로 어떤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은지 묻자 대답이 단호했다. “요즘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의외로 생활력이 강해 보였다. “단, 귀신 나오는 작품 빼고요.” 호러는 아예 시나리오도 못 볼 정도란다. 신인 때 납량특집 드라마에 출연해 스티커사진 속 귀신 역할을 했던 그는 무서워서 아직도 그 드라마를 안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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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홍혁의 인턴기자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김민정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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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예고편
촬영: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