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지식인 그들은北서 대학 졸업후 간부로 활동反김정일 대북단체 소속北 네트워크 활용 정보 얻어휴대전화가 ‘특급무기’신의주 등 접경지역 中전파 도달中 휴대전화 들여가 한국과 통화北, 탐지기 수입해 통제 강화
○탈북 엘리트, 휴대전화로 북한을 ‘해킹’하다
최근 반(反)김정일 활동을 벌이는 대북단체에 소속된 탈북 지식인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북한 정보를 빼내고 있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은 북한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주로 간부로 활동했던 엘리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실정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이다. 이들은 북한 내부에 자체 정보망을 운용한다. 휴대전화로 몇 마디 말만 전달받아도 북한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차릴 뿐 아니라 어떤 정보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필요한 정보를 주문해 취재해 오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북한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중국이나 한국과 연락을 하게 된 역사는 불과 10여 년. 초기에는 중국 밀수꾼들이 북한 측과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여보냈다. 그러나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북한과 연계된 휴대전화 수도 함께 늘고 있으며 그 용도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약속을 잡고 사람이 오가거나 돈이 건너가며 주문한 물건들이 남북을 오가기도 한다. 심지어 한국 목사가 북한 내 교인에게 매주 특정 시간에 휴대전화를 통해 설교를 하는 등 대북 선교에 이용되는 사례도 있다.
북한과 연계된 휴대전화와 1인 미디어 시대의 한국 인터넷이 결합하면 언론을 능가하는 귀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대북단체들끼리 속보 경쟁을 벌이는 일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중 국경에 형성된 정보벨트
한국과 북한 간 통화에는 북한에 몰래 들어간 중국 휴대전화들이 사용된다. 한국에서 전화 거는 방법도 중국에 거는 것과 똑같은 절차로 하면 된다. 그러나 북한 어디에서나 한국과 통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만강과 압록강 연안에서만 가능하다. 북한의 국경 도시나 마을은 강을 끼고 산기슭에 위치해 있는데 중국 휴대전화 전파는 산을 넘지 못한다. 중국 휴대전화 파장이 들어가는 지역을 지도로 그리면 북-중 국경을 따라 좁고 긴 띠 모양을 이룬다. 이곳이 북한과 외부 세계와의 창구가 되는 벨트인 셈이다. 압록강 하구 신의주처럼 평야지대에서는 수십 km 떨어진 용천까지 전파가 들어간다. 다만 위성전화를 통하면 북한 어느 지역에서도 한국과의 통화가 가능하다.
○북한 수천만 달러에 전파탐지차량 도입
북한 당국도 휴대전화가 체제에 미치는 위험성과 남한과 연결되는 방식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수년 전 독일에서 대당 100만 달러 가까이 하는 전파탐지기용 차량 수십 대를 구매하고 중국에서 개인 휴대용 전파탐지 장치를 사왔다. 이 때문에 북한 국경 도시에서는 1분 이상 통화하면 위험하다. 그래서 자주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통화하거나 차량이 접근하기 힘든 인근 산에 올라가 전화한다. 농촌지역에서는 비교적 길게 통화할 수 있다. 북한은 남한과 휴대전화를 하다가 적발되면 사형까지 집행할 정도로 가혹하게 처벌한다. 중국도 국경 일대에서 이뤄지는 국제전화를 자동 감청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나 감청 정보를 북한과 공유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