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파맘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자녀교육에 기업경영 개념을 도입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엄마들이다. 이들은 특목중 특목고 명문대 같은 목표를 정해 놓고 진학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녀의 일상을 시간표를 짜서 관리한다. 자녀교육에는 주로 학원을 활용하는데 엄마의 경쟁력은 ‘정보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력이란 주로 학원가 정보와 주변 사람들의 정보에 제한된다. 자녀들의 발달과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정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정보 무시하고 습관대로 선택
인간의 속성 중 하나가 어떤 행동이 습관적일수록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무시하고 습관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바스 베르플랑켄 노르웨이 트롬쇠대 교수팀은 습관의 강도와 필요한 정보량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을 습관의 강도에 따라 강한 습관을 지닌 집단과 약한 습관을 지닌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가상의 상황을 제공한 후 과연 그들이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했다. 이때 자신의 습관대로 행동하지 않고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그 정보를 얼마나 활용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습관이 강한 사람은 다양한 정보가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습관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인간은 풍부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자신이 해왔던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자녀교육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학부모가 습관적으로 주위의 다른 학부모들의 교육방식을 쫓아가고, 자녀들의 발달단계나 전문적인 정보나 지식을 외면한다.
이미 외국에는 여러 가지 부모 교육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 기술을 제공하는 워크숍을 개최하고, 훈련된 전문가의 주도 아래 학부모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고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일대일 개인 양육 코칭, 아버지나 조부모와 같은 어머니 이외의 양육자를 위한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도 코칭이 필요하다
김연아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개인의 자질과 노력도 중요했지만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노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 팀이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선수들의 땀과 함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과 주변 어머니들의 말만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도 때로는 아마추어다. 앞으로는 전문가들에 의한 체계적인 코칭을 통해서 아이들 잡는 치맛바람이 아닌, 진정으로 자녀들의 성장과 발달을 도와주는 유쾌한 치맛바람이 필요하다.
곽금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심리학 kjkwa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