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초고속 추격 ‘中의 힘’ 실감
28일 중국 허베이 성 우한 고속철도 역에서 광둥 성 광저우로 가는 고속열차 허셰호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26일 개통된 우광고속철도는 순간 최고속도, 평균 최고속도, 단일 시공 최장 고속철도 구간 등 다양한 기록을 쏟아냈다. 우한=구자룡 특파원
○ 비행기 탑승 때처럼 귀 멍멍
28일 오후 우한역은 아직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역사 입구로 올라가는 18m 높이의 에스컬레이터는 속의 기어를 훤히 드러낸 채 운행되고 있었다. 내년 초 춘제(春節·설날) 귀성객 특별수송에 대비하려는 것도 서둘러 개통한 한 요인이다. 도착역은 옛 기차역을 개조한 광저우 북역(北驛)으로 내년 말 남역(南驛)이 완공될 때까지 사용된다.
최장 노선… 최다 터널-다리… 中고속철은 ‘세계기록철’
우한∼광저우 구간을 운행하는 하루 편도 21편 중 2회만 3시간 이내에 주파하고 나머지는 3시간 50분대다. 광저우의 중국석유 본사에 근무하는 승객 왕옌성(王燕生·41) 씨는 “지금까지는 1시간 반가량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우한으로 출장을 다녔는데 고속철 개통 후에는 안전하고 편한 고속철도로 바꿨다”며 사용한 기차표 3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우광고속철은 순간 최고속도와 평균속도(시속 341km) 외에도 단일 고속철 길이(1068.6km), 터널(226개)과 교량(684개) 수에서 기존 기록을 갈아 치웠다. 창사류양(長沙瀏陽)터널과 광저우진사(廣州金沙)터널은 도시와 강, 그리고 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구간으로 가장 어려운 공사 구간이었다. 우한톈싱저우창장(武漢天興洲長江)대교는 왕복 4차로가 위로 지나고, 아래층은 고속철이 다니는 다리로 교각 간 거리(최대 140m), 하중, 설계통행속도, 다리의 폭 등 4가지에서 세계기록을 세웠다.
○ 선진국 턱밑까지 추격한 첨단 공법
우광고속철이 자랑하는 것은 안전 제어. 시속 350km로 달리는 열차가 급제동하면 멈추는 데까지 6500m를 더 가야 한다. 우광고속철은 운행 간격이 3분일 때도 있다.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철도부 겅즈슈(耿志修) 안전총감은 “우광고속철 열차에는 ‘똑똑한 열차’ 개념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차 간 거리가 14km 이내로 좁혀지면 우한의 통제센터에서 자동으로 뒤에 오는 차량에 거리 유지를 명령한다. 중국 철도에는 처음으로 동절기 결빙방지 시스템도 도입됐다. 전 구간 중 700km가량에 일정 정도 이상 빙설이 생기면 이를 녹이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고속철도 수준은 크게 노반, 철로 부설, 제어 등 전자 시스템, 철도 차량 그리고 승무원 자질 등 5가지에 따라 결정된다. 중국은 자국 건설업체가 노반과 철로를 부설하고, 선진국의 기술을 일부 도입했지만 전량 자체적으로 차량을 만들어 중국인 승무원만으로 세계 최고속도를 세계에 보여줘 ‘고속철 선진국’으로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철도부 운수부 장수광(張曙光) 국장도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과의 인터뷰에서 “열차의 시동, 가속, 고속유지 및 제어 기술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한·광저우=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