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을 내실화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어교사의 실력이다. 정부가 서울시교육청이 도입한 ‘영어로 영어 가르치는 교사(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 인증 제도를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첫 TEE 인증을 받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응답자 138명 가운데 68%(94명)가 ‘TEE 선발방식의 전면 또는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TEE 교사 선발방식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수업 시연(試演)인데 필기시험 100문항이 모두 ○×문제로 출제된다. 듣기와 말하기 시험이 없는 데다 필기시험 내용도 교육학 기초지식을 영어로 물어보는 것에 불과하다. 단순한 ○×문제 풀이로 합격한 영어교사가 과거 세대보다 훨씬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는 요즘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노무현 정부 교육인적자원부의 2004년 영어연수 6개월 프로그램에 참가한 영어교사의 평균 토익점수는 990점 만점에 718점밖에 안 됐고, 14%는 중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2006년 대구지역 중고교 영어교사 50여 명에게 4개월간 어학연수를 시킨 뒤 국가공인 영어회화 능력 평가시험을 치른 결과 1000점 만점에 576.7점이었다. 같은 시험에 응시한 전국 중학생 평균점수보다 10점 낮았다. 이런 교사들한테서 배워봐야 영어능력이 향상될 리 없다.
영어교사만은 영어구사 능력과 교수 능력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문제 잘 풀고 교육학 지식이 많다고 해서 영어교사가 된다면 학생들의 영어실력은 매번 그 타령일 뿐이다. 지금도 국내에서 원어민을 영어보조 교사로 활용하고 있지만 아예 정식 영어교사 자격조건을 바꿔 한국인 입양아나 해외교포 2, 3세 등 영어구사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한국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