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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시민은 모든 기업의 주인이다

입력 | 2009-12-26 03:00:00

사진 제공 S&R경제경영연구원


◇시민자본가/스티픈 데이비스, 존 루콤닉, 데이비드 핏왓슨 지음/진태홍 함정호 옮김/434쪽·1만8000원·S&R경제경영연구원

2002년 어느 날. 제너럴일렉트릭(GE)의 지분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던 몇몇 수도회의 연금펀드가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GE 이사회에 ‘기후변화 대처 방안을 어젠다로 채택하라’고 요청했다. 경영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이 요청을 무시했다. 그런데 주주총회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3%가 넘는 투자자가 수도회의 편을 들어 경영진을 압박한 것이다. ‘시민주주’들에게 혼쭐난 경영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002년 2월 필리핀 마닐라 종합주가지수는 하루 3.3% 하락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연금펀드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이 필리핀의 시장구조, 법 규정 등을 이유로 투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캘퍼스 본사로 특별대사를 보냈다. 캘퍼스가 필리핀 시장에 돌아오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연기금 펀드의 시장 지배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위에 든 사례들처럼 대형 연기금들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법 규정, 환경에도 신경을 쓴다. 주인의식을 갖고 기업을 대하는 것이다. 이런 연기금의 주인은 적은 금액씩을 투자한 수많은 일반인이다. 따라서 “한때는 국가 혹은 로스차일드 같은 거물이 기업을 좌우했지만 이제는 시민들이 모든 기업의 궁극적인 공동 주인이다”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런 투자자들을 저자들은 시민자본가라고 부르고 “시민자본가 의식이 시시각각 깨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들은 오늘날 시민자본가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헤쳤다.

시민자본가인 소액주주들은 세계 도처에서 기관투자가가 책임 있는 포트폴리오와 행동전략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기업 경영진을 압박한다. 2005년 기후변화 대응 회의를 앞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화석연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받은 편지는 이런 흐름을 잘 보여 준다. CEO들은 대중의 예상과 달리 좀 더 강력한 배출가스 통제를 정부에 요청했다. 편지에 서명한 CEO들이 이미 많은 시민투자자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사례를 들며 ‘기업의 주인’인 시민자본가들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 “대중은 단지 청중이나 관중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주주인 우리는 (기업을) 감독하고 결과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