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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달러강세, 수출에 ‘반짝햇빛’ 되나

입력 | 2009-12-23 03:00:00

美경제 부실보다 유럽의 취약성 더 부각된 탓
强달러 오래 못갈듯… “한국수출 큰도움 안돼”





지난달 26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선언을 계기로 3월 이후 줄곧 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다. 미국 경제도 상황이 썩 좋진 않지만 유럽 경제는 더 나쁘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는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시켜 주지만 최근의 달러 강세는 선진국 경제의 불안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어서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1개월 만에 달러화 가치 4% 상승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하락한 1179.9원에 마감됐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로 조만간 달러가 대거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수출업체들이 보유 중이던 달러를 팔았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 요인에 따라 하락하긴 했지만 두바이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26일에 비해선 24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달러화의 추이를 보면 달러화 강세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 파운드,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78.1로 두바이사태가 일어난 지난달 26일(74.8)에 비해 4.4% 상승했다.

두바이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달 초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춘 데 이어 9일에는 재정이 불안한 스페인의 투자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함에 따라 달러화의 유로화에 대한 강세 기조가 이어졌다. 유럽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늘어난 데다 두바이사태를 계기로 이자가 싼 달러를 빌려 유럽이나 아시아권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되고 있는 점 등이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HSBC의 리처드 예트센가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 최근호에서 “갑자기 미국 경제가 꽤 괜찮아 보이는 반면 다른 나라 경제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거시경제 환경이 매우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 한국 기업 수출경쟁력엔 일단 긍정적

최근까지 한국 정부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로 지나친 원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왔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2700억 달러를 넘어선 이유 중 하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외환을 사들인 것은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면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1150원 선 정도를 적당한 환율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달러화 강세는 일단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 신호다. LG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영업이익률이 3.85%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달러화 강세로 환율이 오르면 영업이익률이 그만큼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시장에선 현재의 달러화 강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만성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동유럽의 경제상황이 불안하고 중동지역 내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은 반면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 우려도 크다”며 “내년에는 달러화가 강세와 약세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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