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을 계속 봐온 학생들은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청주 서원대 손경애 교수팀이 전국 초중고교 및 대학교 학생 4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국회의원이 선거 때 내건 공약을 당선 이후 지키려 노력하느냐’는 질문에 ‘정말 그렇다’ 또는 ‘대체로 그렇다’ 등 긍정적 답변을 한 비율이 전체의 9.2%에 불과했다. 반면 ‘전혀 그렇지 않다’거나 ‘대체로 그렇지 않다’ 등 부정적 답변은 62.4%에 이르렀다. 또 ‘대통령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부정적 답변이 49.3%로 긍정적 대답(15.5%)보다 훨씬 많았다. ‘정당이 국가 정책에 국민의 뜻이 반영되도록 노력하느냐’는 질문에도 부정적 응답(44.8%)이 긍정적 대답(15.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입법·사법·행정부, 정당, 언론 등 9가지 민주주의 제도적 장치 중에서 학생들은 정치 영역에 유독 심각한 불신을 나타냈다. 9개 영역을 5점 척도로 점수화한 결과 시민단체(3.22점)와 법관(2.93점)은 상대적으로 신뢰를 받은 반면 정당(2.58점) 대통령(2.46점) 국회의원(2.23점) 등은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학생들에게 정치인은 못 믿을 존재가 돼 버렸다. 기업들은 정치적 대립이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민주주의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해머 동원, 회의장 점거는 답이 아니다. 힘의 논리만 앞세우는 것도 옳지 않다. 정치인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학생들의 신뢰를 얻고, 기업의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다.
유덕영 사회부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