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공직자 병역공개 확대“휴먼네트워크 강화” 다문화자녀 교육 지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정부에는 ‘공동체관계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다. 사회 통합을 촉진할 목적으로 피부색과 언어, 종교가 다른 이민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호주는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백인이 아니면 이민을 제한했던 백호주의(白濠主義)의 나라였다. 6월 말 현지에서 만난 호주 정부 관계자는 “백호주의는 아주 오래전에 포기한 정책”이라며 “호주는 다문화사회”라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의 트위터 서비스, 호주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자본 확충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사회적 자본은 국부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국격을 높이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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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자 병역 정보 확대
정부가 밝힌 세부 실천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년부터 고위공직자의 병역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각종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병역기피 논란 탓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4급 이상 공직자와 직계비속(18세 이상 아들, 손자 등)만 공개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공개 대상 공무원의 직급을 확대하거나 친족의 범위를 넓힌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사회 양극화를 막기 위해 취약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휴먼 네트워크 사업도 강화한다. 이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대학생을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의 자녀와 일대일로 연결해 학습 지도부터 직업 준비에 이르기까지 멘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문화도서관의 시설을 개선하고 다문화 가정 자녀의 언어 발달을 지원하는 사업도 그 일환이다.
○ 경제규모 세계 15위, 사회 성숙도는 5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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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 관련 지표들은 대체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사회 성숙도(53위), 여성의 지위(51위), 정치적 불안정성에 따른 리스크(49위)는 조사 대상 57개국 중 꼴찌에 가깝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달 180개국을 조사해 발표한 ‘2009년 부패인식지수’에서도 한국은 10점 만점에 5.5점을 얻어 39위에 그쳤다. 10점에 가까울수록 부패가 없는 사회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지 못한 원인을 다양한 곳에서 찾고 있다. 이동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권위주의 정부를 경험한 탓에 법 집행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높고, 압축 성장 과정에서 부동산 금융 교육 등의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학연 지연 혈연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 네트워크가 사회 전체의 협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많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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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규범, 네트워크, 제도 등 사회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무형 자산을 뜻하며 국격(國格)을 높이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인적, 물적 자원의 생산성이 높아 국부(國富)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신뢰 관계가 구축되므로 사회 안정에도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