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액수-정치적 파장 고려구속영장 청구 신중 기할듯
문구용 칼 들고 검찰 수사관 위협 18일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에서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되자 자신을 한 전 총리 지지자라고 밝힌 한 스님이 문구용 칼을 들고 검찰 수사관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이날 소동으로 자신의 오른손 중지 끝을 베인 이 스님은 “자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한 전 총리가 검찰의 출석 요구는 거부하면서도 체포영장 집행에 응한 것은 검찰의 수사 협조 요청은 철저하게 거부하되, 법원의 판단만큼은 존중하겠다는 ‘차별대응 전략’을 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한 전 총리로서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까지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한 전 총리 측은 검찰 수사에 대해선 “짜맞추기, 허위조작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한 반면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선 “판단을 존중한다”며 다르게 대응했다.
두 차례의 소환 불응에 ‘법과 원칙대로’를 강조하며 체포영장을 청구했던 검찰로서는 큰 불상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남은 문제는 한 전 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아니면 불구속 기소할 것인지의 판단만 남았다.
하지만 총리를 지낸 한 전 총리에게 이 같은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분위기다. 행정부처를 총괄하는 국무총리의 경우 뇌물 액수가 1억 원은 넘어야 구속 사안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7년 12월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는 5만 달러는 당시 환율 기준으로 4648만 원이다. 또한 한 전 총리가 먼저 돈을 요구한 게 아니라 곽 전 사장이 적극적으로 인사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고, 곽 전 사장이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선임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민주당 등 야권이 이번 수사를 정치 쟁점화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이라도 됐을 때에는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공성진 최고위원과 현경병 의원이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죄는 죄질이 다르긴 하지만 억대의 돈을 받은 여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4648만 원을 받은 한 전 총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동아닷컴 신세기, 이 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