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예산안 처리 지연에 전전긍긍
연내 본회의 통과 못할땐 내년 예산 올해 준해 집행
지출 ‘최소 국가기능 유지’ 한정
복지-민생사업 차질 불가피
尹재정 “각부처 비상계획을”
예결위원장은 단상 못 오르고…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점거 이틀째인 18일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단상 진입을 시도했다 좌절된 직후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앞줄 왼쪽)가 단상에 올라 민주당 측 견해를 밝히고 있다. 위원장석엔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이시종 의원이 앉아 있다. 원대연 기자
준예산 상태에서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최소한의 국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에만 재정자금을 쓸 수 있다. 중증장애인 연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저소득 치매노인 약제비 지원 등과 같은 신규사업에는 한 푼도 쓸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준예산을 집행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관련 법령도 미비해 준예산 상태가 현실이 될 경우 새해 벽두부터 예산 집행을 둘러싸고 대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위기감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윤 장관은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이 연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세우라고 각 부처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준예산 상태를 포함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재정부는 예산안 처리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재정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 집행이 갑자기 중단될 경우 경기가 회복 국면에서 다시 하강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18일 예산집행특별점검단 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을 기준으로 재정 조기집행 및 예산배정 계획안을 마련했다”며 “예산안이 통과되는 대로 신속하게 예산 및 자금 배정을 해서 최대한 조기에 집행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국회에서 연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헌법 규정에 따라 재정 집행 대상 및 순서를 새로 짜야 한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준예산 상황의 정부를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며 “국회에서 하루빨리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준(準)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