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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산책]공수진/소박한 밀크티 ‘짜이’ 작은 나눔의 기쁨

입력 | 2009-12-17 03:00:00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서울대 자하연 식당 앞이 분주해진다. 인도와 필리핀 아이들을 위한 ‘작은 짜이집’ 캠페인이 1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이다. 짜이(chai·바른 표기는 차이)는 인도 지역에서 커피처럼 사랑받는 전통 밀크 티이다. 인도 지역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기차에서 마신 짜이 맛을 잊지 못할 정도로 달콤한데 이 차를 한 잔에 500원씩 서울대 학생에게 판매한다. 한 학기 동안 작은 짜이집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거둔 모금액은 인도와 필리핀의 빈곤 아동에게 전달한다.

작은 짜이집은 서울대뿐만 아니라 이화여대와 부산대 등 전국 12개 대학에서 진행하는 모금 캠페인이다. 짜이집 활동가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등록단체인 사단법인 한국JTS의 인도 및 필리핀 사업장 아이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비롯해 제3세계 빈곤퇴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방학 기간에는 한국JTS의 국제구호활동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와 필리핀을 직접 찾아 구호활동을 펼치고, 학기 중에는 캠퍼스 안에서 학우에게 맛있는 짜이를 판매하며 홍보와 모금활동을 한다.

나는 2006년 겨울 천민 계층이 모여 사는 인도 둥게스와리의 JTS 사업장을 찾은 이래로,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서울대 작은 짜이집 활동에 꾸준히 참여했다. 지난 3년간의 활동을 통해 나눔은 특별한 경우에만 하는 일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소박한 사실을 알게 됐다.

가진 것이 많고 시간이 많아야만 어려운 이에게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은 단견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거나 일이 바빠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남에게 베풀 수 있다. 진로와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허덕일 때면 1주일에 한 번 열리는 작은 짜이집은 어김없이 내 생활의 쉼표가 되어 준다.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대학생활에서 작은 짜이집은 짜이를 끓여 손님을 맞이하는 대학생 활동가에게나, 단돈 500원으로 좋은 일에 동참하는 손님에게나 행복을 전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하며 정작 가장 풍요로워지는 것은 우리 마음이 아닐까. 봉사는 남을 돕는 일이라고 하지만, 남을 돕는 사이에 우리가 성장하고 우리 스스로를 돕는 셈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 손길을 기다리는 대상이 많다. 내가 먼저 한 걸음 다가가면 어떨까.

공수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