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급화에 밀려 내리막올해 매매가 0.95% 하락경매시장서도 번번이 유찰환기-채광-녹지 단점 보완신개념 주상복합 개발 고심
■ 신규분양 미달 사태
최근 신규 아파트 분양 열기 속에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굴욕’을 겪고 있다.
두산건설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11일까지 청약을 접수한 대단지 주상복합 ‘일산 위브더제니스’는 전체 2700채 중 3분의 2 수준인 1738채가 미달 사태를 빚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주상복합 ‘마포 펜트라우스’와 현대엠코가 중랑구 상봉동에서 분양한 ‘프레미어스 엠코’의 일부 평형은 3순위에서도 끝내 미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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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상복합 단점에 수요자 인기 ‘뚝’
14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초 이후 11월 말까지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5.56% 상승한 반면 주상복합은 오히려 0.95%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대부분인 경매시장에서도 고가의 주상복합은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가격이 비싸 거래가 드문 탓에 되팔기가 어렵고 시세차익을 얻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4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에는 감정가 15억 원 상당의 202m²(61평) ‘롯데캐슬 아이비’가 매물로 나왔지만 세 번째 유찰됐다. 가격이 감정가의 절반에 가까운 64%까지 떨어졌지만 다음 달 열릴 경매에서도 주인을 찾을지 미지수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수도권 주상복합의 평균 응찰자는 5.9명으로 일반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7.9명)보다 적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자금 마련 부담이 크고 시세 상승 가능성이 낮은 고가 주상복합은 경매시장에서 유찰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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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아파트, 타운하우스로 수요 이동
주상복합의 몰락은 주상복합에 맞서 빠르게 진화하는 아파트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기와 채광이 떨어지고 녹지가 적어 생활환경이 쾌적하지 못한 주상복합의 단점이 드러나는 동안 아파트는 주차장을 지하에 설치하며 지상의 대부분을 녹지화하고 단지에 고급 주상복합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주상복합의 하층부 상업 시설은 외부인의 출입을 유도하면서 단지가 시끄러워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아파트에 거주하다 2007년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주상복합으로 이사한 곽모 씨(38)는 “처음에는 도심 속 입지와 1층 상가가 편리한 듯했지만 외부인이 드나들면서 저녁마다 단지가 북적이고, 아이들을 키우기 좋지 않은 환경이 자꾸 부각되면서 다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세권에 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주상복합이 난립하면서 ‘주상복합=고급 주거공간’이라는 이미지도 퇴색했다. 고급 주택 수요는 오히려 친환경 주거기술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고급 아파트나 해외 고급 주택가를 연상케 하는 타운하우스로 옮겨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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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도권의 택지가 부족하고 도심 재건축은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 주상복합의 고밀도 주거 트렌드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홍콩의 주상복합 단지들도 경제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긴 하지만 택지 부족으로 여전히 주상복합식 거주가 대세”라며 “택지가 부족한 한국도 장기적으로는 고밀도 주상복합의 인기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기존의 주상복합과 비슷하게 지어서는 수요자의 눈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단점을 보완한 신개념 주상복합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용산구 동자동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에 업무, 문화, 주거시설이 같은 단지 안에 있는 도심 복합단지 개념을 도입했고 두산건설은 ‘위브더제니스’에 친환경 설계, 관리비절감 시스템 등을 도입해 보완책을 내놓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