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불필요하게 보험을 중복으로 가입했고, 결과적으로 보험회사가 부당한 이익을 얻지 않았는가 하는 점을 몇몇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기간에 집중적으로 추궁하면서 논란이 됐다. 중복 가입을 허용한 보험회사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고 의원들은 부당이득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중복보험을 막아야 한다면서 개인별 보험가입 정보의 사전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제출했다고 보도됐다.
이는 실손의료보험과 중복보험의 법리에 관한 오해에서 발생했다고 본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의료비가 장래에 얼마나 될지, 따라서 실손의료보험을 얼마만큼 가입하는 것이 좋을지는 아무도 미리 확답할 수 없다. 국민은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예컨대 1000만 원을 한도로 하여 보험을 가입할 수 있고, 나중에 1000만 원을 추가로 증액하거나 다른 보험회사에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의료비가 800만 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여 보험회사를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병이 나지 않았음을 이유로 실손의료보험이 무용했다고 보험회사를 비난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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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기간에 중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결과만을 두고 불필요하게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고 불평할 수 있다.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무리하게 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없도록 가입 당시 보험회사가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의 성격과 중복보험의 법리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실손의료보험의 중복 가입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막아 보겠다는 시도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비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무리한 시도는 오히려 개인의 건강정보와 금융정보가 불필요하게 유출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중복 가입 문제는 보험회사의 설명의무 강화와 보험료율의 합리적인 산정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다.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현행 금융제도를 국회가 의원입법 방식으로 변경을 가하려고 할 때는 먼저 보험회사나 학계의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논의를 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민과 업계 모두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합리적 방안을 기대한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