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을 통해 국가 경제성장의 든든한 디딤돌이 됐던 원자력계는 이번 수주를 토대로 또 다른 숙원인 대형 상용 원전 수출을 성사시켜 원자력 수출산업화의 목표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요르단 연구로 수주의 근간이 된 지난 50년간의 노력은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떠올리게 한다. 원자력을 발견하고 처음 이용하기 시작한 나라는 미국과 옛 소련, 유럽 등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던 열강이었다. 이들 국가는 경쟁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며 이용 확대를 이끌었지만 1970, 80년대 스리마일, 체르노빌 사고로 안전성에 의문이 생기자 급격히 위축됐다. 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원자력 발전 기술을 이전받고, 국산화하고 선진국보다 앞서 일부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정부는 원자력 연구개발을 시작하기 위해 1959년 연구용 원자로를 수입할 때 국고가 모자라자 미국에서 35만 달러의 차관을 받았다. 연구용 원자로, 또는 상용 원전 한두 기를 파는 일시적 성과를 넘어 지속적인 수출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원자력 공급자가 되려면 과제가 많다. 원자력은 품질 좋고 값이 싸면 팔리는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 상품(원자로)이 우수하고 안전성과 규제 체제 등 국가적 능력을 갖춰야 하고 대규모 금융 지원 체계와 정책 지원 등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도전과 경쟁은 더욱 험난하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